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 윤선도 - <춘사1>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춘사2>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떳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춘사3>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東湖를 돌아보며 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춘사4>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춘사5> 고운 볕이 쬐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漁父歌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춘사6>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정승도 부럽잖다 萬事를 생각하랴
<춘사7> 芳草를 밟아보며 蘭芷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춘사8> 醉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神仙境이 가깝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춘사9>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춘사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하사1> 궂은 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산수의 경개를 그 누가 그려낸고
<하사2>
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닿 들어라 닿 들어라 삿갓은 썼다만는 도롱이는 갖고
오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나를 쫓는가 저를 쫓는가
<하사3> 마름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쪽 개와 북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하사4> 물결이 흐리거든 발 싯은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자 하니 子胥怨限 슬프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楚江에 가자 하니 屈原忠魂 낚을까 두렵다
<하사5> 버들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다투는 어부들을 책망 하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舜帝 엣 일 본을 받자
<하사6>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水調歌를 불러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뱃소리 가운데 만고의 수심을 그 뉘 알꼬
<하사7>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하사8>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와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다만 한 근심은 桑大夫 들을까 두렵다
<하사9> 밤 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놓였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하사10>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漁翁이 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추사1> 物外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 배 뛰워라 배 뚸워라 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추사2>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추사3> 흰 그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西湖 가고 썰물에 東湖 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흰 마름 붉은 여뀌곷 곳마다 아름답다
<추사4>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강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니 많은 산이 금수
놓였다
<추사5> 크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추사6>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추사7> 흰 이슬 비꼇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를 줄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快男兒에 먹이고저
<추사8>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추사9>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추사10>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空山 落엽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동사1>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동사2>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瀟湘江 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이떼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동사3> 얕은 개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동사4> 간 밤에 눈 갠 후에 景物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仙界인가 佛界인가 人間界인가 아니로다
<동사5>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동사6> 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꽉 차 있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거위떼를 누가 쳐서 (차취) 를 싯엇던가
<동사7>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동사8>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 마라 인간세상 가린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동사9> 滄洲가 우리 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七里灘에 낚시질하던 嚴子陵은 어떻던고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동사10>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눈달이 西山에 넘도록 松窓을 기대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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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풀이 [춘사
1]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끝나고 밀물이 밀려온다. (삐그덕
삐그덕 어영차)! 강촌 온갖 꽃이 멀리서 보는 꽃빛이 더욱 좋다.
[춘사 2] 날이 따뜻해졌도다. 물 위에 고기 뛰논다.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 아이놈아! 낚싯대는 내 손에 쥐어 있다. 막걸리병은 실었느냐?
[춘사 3] 봄바람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동호(東湖)를 바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아아!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나는구나.
[춘사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꺼덩 찌꺼덩 어여차) 맑고도 깊은 연못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춘사 5] 고운 햇볕이 내려 쬐는데, 물결이 기름처럼 곱도다. 그물을 넣어볼 것인가?
낚시를 드리워 볼 것인가? 아! 탁영가의 흥취가 일어나니 고기잡이도 잊겠도다.
[춘사 6] 석양빛이 드리워졌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꾸나. 해안 위의 버들과 바닷가의 꽃들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어찌 높은 벼슬(정승)을 부러워하며,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을 생각할소냐.
[춘사 7]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보자. (배 멈춰라 배
멈춰라)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무엇인고. 아아! 갈 때에는 안개뿐이었는데, 올 때에는 밝은 달빛뿐이로다.
[춘사 8] 술에 취해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니 (배를 매어라 배를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흘러오니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는 듯. 아아! 인간 세상 더러운 때가 얼마나 내 눈을 가렸던고.
[춘사 9] 낚시줄을 걷어 놓고 배의 창문을 통해 달을 바라보니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구나, 소쩍새 소리 맑게 나는구나 아아! 아직도 남은 흥취가 끝이 없으니 돌아갈 길을
잊었구나.
[춘사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은 바로 샐 것이로다. (내일 날 밝자 마자)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고서 (밖으로 놀러나갈 수 있는) 사립문을 찾아 보자. 아아! 어부의 생애는 이처럼 이럭저럭
지내려나.
[하사 1] 궂은비가 멈추어 가니 시냇물이 맑아 온다. 낚싯대를 둘러메니 기쁜 흥취를 금할
수 없구나.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둘러친 묏부리는 누가 이처럼 그려냈는가?
[하사 2] 연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대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 어찌하여
갈매기는 내가 쫓아가는 것인가 갈매기가 나를 쫓는 것인가?
[하사 3] 마름잎에 바람부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여름 바람이 일정할소냐, 그냥 배가는 대로
두어라. 아아! 북포와 남강이 어느 곳도 좋지 않은 곳이 있으랴.
[하사 4] 물결이 흐리다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오강을 찾아가려 하니 천 년에 굽이치는 오자서의 원한에 찬 노도가 슬프겠도다. 초강으로 가자 하니 혹시나 고기
뱃속에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의 넋을 낚을까 두렵다.
[하사 5] 수많은 푸른 버들 우거진 곳에 물가에 이끼
낀 여울돌이 아주 아름답구나. 선착장 다리에 닿거든 어부들의 서로 먼저 건너려는 몸싸움을 허물 마라. 가다가 흰머리 노인을 만나거든
뇌택에서 (낚시 명당) 자리를 양보한 옛 고사를 본밪자꾸나.
[하사 6] 해가 긴 여름날이 저무는 줄을 흥의 절정에 겨워 놀다보니 미처 몰랐도다. 뱃전을
두드리며 수양제가 불렀다는 그 뱃노래를 불러보자. 뱃전을 두드리며 부른 노래 속에 배어있는 그 노래 속에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일관된 마음을 그 누가 알 것인가?
[하사 7] 석양빛이 황홀하니 좋다마는 어느덧 황혼이 가깝구나.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소나무
아래로 비스듬히 나있다 어디서 푸른 숲 속의 꾀꼬리 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구나.
[하사 8] 모래 위에 그물을 깔아 널고 띠풀 지붕 밑에 누워 쉬어보자. 모기를 밉다
하지만, 파리는 또 어떠한가? 진실로 다만 한가지 근심되는 것은 출세주의자가 행여 들을까 두렵도다.
[하사 9] 밤 사이에 풍랑이 일어날 줄을 미리 어찌 짐작할 수 있겠는가? 밤에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를 누가 말하였는가? 아아! 계곡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풀이 참으로 보기 좋구나.
[하사 10] 게딱지같은 내 좁은 집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쳐 있구나. 부들부채를 가로로 쥐어들고 돌길로 올라가자꾸나. 아마도 어부의 생활이 그리 한가하더냐, 이것을 구실삼아 잠시
쉬어보자.
[추사 1] 속세를 벗어나 깨끗한 일로
소일함이 어부의 생활이 아니더냐 늙은 어부보고 비웃지 말라, 그림마다 늙은 어부가 그려져 있지 않더냐. 네 계절의 흥이 한가지로
비슷하나 그 중에서도 가을강의 풍경이 으뜸이라.
[추사 2] 바다에 가을이 찾아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아득히 넓고 맑은 바닷물에 실컷
놀아보자. 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리 떨어질수록 더욱 좋구나.
[추사 3]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나니 나무 끝이 흐느적거린다. 밀물 때에는 동호에 가고
썰물 때에는 서호로 놀러가자. 흰 마름꽃과 붉은 여뀌는 가는 곳마다 좋은 경치를 이루었구나.
[추사 4] 기러기 뜬 저 멀리로 이제까지 못보던 산이 보이는구나. 낚시질도 하려니와 경치에
취해 노니는 이 흥취가 좋구나. 아아! 석양빛이 내리 비추니 모든 산이 수놓은 비단같이
아름답도다.
[추사 5] 반짝이는 물고기가 그물에 몇 마리나 걸렸느냐. 마른 갈대에 불붙여 골라서
구워놓고 아이야! 술병을 기울여서 표주박 술잔에 부어다오.
[추사 6] 옆에서 바람이 곱게 불어오니 다른 방향으로 돛을 움직여 돌아오니 저녁빛이
어두워오니 고상한 흥취가 가시어 차분해지는구나. 어쩐 일인지 붉게 물든 숲과 푸르른 바다가 싫지만은
않구나.
[추사 7] 흰 이슬 비껴 사라지고 밝은 달이 돋아온다. 봉황루(대궐)가 아득하여 머니 맑은
달빛을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아아!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에게 먹이고 싶도다.
[추사 8] 하늘과 땅이 제 각기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속세의 더러운 먼지가 미치지 않으니
부채질 하여서 무엇하리. 아아! 들은 말이 없으니 귀를 씻어 무엇하리.
[추사 9] 옷 위에 서리가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낚싯배가 좁다 하나 서로
아득바득하는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더냐.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자.
[추사 10] 소나무 사이 석실에 가서 새벽달을 보랴하더니 적막한 산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가는 길을 어찌 알아볼꼬. 아아! 흰 구름조차 따라오니 입은 옷이 무겁구나.
[동사 1] 구름이 걷힌 후에 햇볕이 두텁게 내리쪼인다. 천지가
눈과 구름으로 온통 막혔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 없도다.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구나.
[동사 2] 낚싯줄과 낚싯대를 손질하고 뱃밥도 박아서 배를 정비했느냐? 소상강과 동정호는
그물이 어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아마도 이때 낚시질하기에 이만한 곳이 어디 있으랴.
[동사 3]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바다로 몰려갔으니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고기잡이 한 마당(어장)에 나가 보자. 낚싯밥만 다하면(충실히 쓰면) 큰 고기가 물린다고 하는구나.
[동사 4] 간밤에 눈 갠 뒤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앞에는 유리처럼 맑고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천 겹이나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 아, 여기는 신선이 사는 선경인가? 부처가 사는 극락정토인가? 인간 세상은 아니로다.
[동사 5] 그물과 낚싯줄 걷는 것도 잊고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부른다. 앞 바다를 건너본
것이 그 몇 번이나 되는가를 헤아려보았던고. 어디서 느닷없는 강풍이 행여 불어올까 두렵도다.
[동사 6] 날아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나갔는가.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이 자욱하게
내리는구나. 아압지를 이용해서 적을 쳐서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을까
[동사 7] 붉은 빛 푸른 빛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주둥이 크고 가는 비늘의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간에 아아! 외딴 배에 삿갓 쓰고 흥에 겨워 앉았노라.
[동사 8] 물가의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 어이하여 혼자 씩씩하게 서 있는가 험한 구름을
한탄하지 마라, 온 세상을 가리는구나. 물결 소리 싫어하지 마라, 속세의 더러운 소음을 막아주는구나.
[동사 9] 시골에서 자연과 벗하는 우리의 삶의 도는 옛날부터 선인들이 말해 왔던
것이로다. 칠리강가에서 벼슬을 마다 하고 양가죽 옷을 입고 살던 엄자릉의 생활이 어떠한가 삼천육백날 위수에서 낚시질하면서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의 심정은 어떠한가.
[동사 10] 아아! 날이 저물어 가는구나, 이제 누워 쉬는 것이 마땅하도다. 가는
눈이 뿌려진 길에 붉은 꽃 흩어진 곳을 따라 흥겨웁게 걸어가서 눈내린 밤 달이 서쪽 봉우리를 넘도록 송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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