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명詩

어부 사시사 ~ 강호 사시가

소담이2 2006. 1. 5. 00:50

 

 

어부사시사 (漁父四時詞)

윤선도(尹善道)가 지은 40수의 시조. 1651년(효종 2) 보길도(甫吉島)를배경으로 지었다. 지은이와 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고려 말의 <어부가(漁父歌)>를 이현보(李賢輔)에 이어 읊은 한국 어부사계통 시가의 총합편이라 할 만하다. 춘하추동 사시(四時)의 각 10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작품의 장(章) 사이에는 여음(餘音)이 들어가 있다.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 윤선도 -
 
  <춘사1>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춘사2>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떳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춘사3>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東湖를 돌아보며 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춘사4>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춘사5>
고운 볕이 쬐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漁父歌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춘사6>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정승도 부럽잖다 萬事를 생각하랴

  <춘사7>
芳草를 밟아보며 蘭芷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춘사8>
醉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神仙境이 가깝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춘사9>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춘사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하사1>
궂은 비 멈춰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깊은 흥이 절로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산수의 경개를 그 누가 그려낸고

  <하사2>

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닿 들어라 닿 들어라
삿갓은 썼다만는 도롱이는 갖고 오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나를 쫓는가 저를 쫓는가

  <하사3>
마름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쪽 개와 북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하사4>
물결이 흐리거든 발 싯은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자 하니 子胥怨限 슬프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楚江에 가자 하니 屈原忠魂 낚을까 두렵다

  <하사5>
버들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다투는 어부들을 책망 하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舜帝 엣 일 본을 받자

  <하사6>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水調歌를 불러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뱃소리 가운데 만고의 수심을 그 뉘 알꼬

  <하사7>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하사8>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와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다만 한 근심은 桑大夫 들을까 두렵다

  <하사9>
밤 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놓였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하사10>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漁翁이 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추사1>
物外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
배 뛰워라 배 뚸워라
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추사2>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추사3>
흰 그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西湖 가고 썰물에 東湖 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흰 마름 붉은 여뀌곷 곳마다 아름답다

  <추사4>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강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니 많은 산이 금수 놓였다

  <추사5>
크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추사6>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추사7>
흰 이슬 비꼇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를 줄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快男兒에 먹이고저

  <추사8>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추사9>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추사10>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空山 落엽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찌거덩 찌거덩 어야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동사1>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동사2>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瀟湘江 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이떼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동사3>
얕은 개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동사4>
간 밤에 눈 갠 후에 景物이 다르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仙界인가 佛界인가 人間界인가 아니로다

  <동사5>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동사6>
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꽉 차 있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거위떼를 누가 쳐서 (차취) 를 싯엇던가

  <동사7>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동사8>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 마라 인간세상 가린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동사9>
滄洲가 우리 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七里灘에 낚시질하던 嚴子陵은 어떻던고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동사10>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눈달이 西山에 넘도록 松窓을 기대어 있자.
 

 

현대어 풀이
 
[춘사 1]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끝나고 밀물이 밀려온다.
(삐그덕 삐그덕 어영차)!
강촌 온갖 꽃이 멀리서 보는 꽃빛이 더욱 좋다.

[춘사 2]
날이 따뜻해졌도다. 물 위에 고기 뛰논다.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
아이놈아! 낚싯대는 내 손에 쥐어 있다. 막걸리병은 실었느냐?

[춘사 3]
봄바람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동호(東湖)를 바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아아!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나는구나.

[춘사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꺼덩 찌꺼덩 어여차)
맑고도 깊은 연못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춘사 5]
고운 햇볕이 내려 쬐는데, 물결이 기름처럼 곱도다.
그물을 넣어볼 것인가? 낚시를 드리워 볼 것인가?
아! 탁영가의 흥취가 일어나니 고기잡이도 잊겠도다.

[춘사 6]
석양빛이 드리워졌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꾸나.
해안 위의 버들과 바닷가의 꽃들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어찌 높은 벼슬(정승)을 부러워하며,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을 생각할소냐.

[춘사 7]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보자. (배 멈춰라 배 멈춰라)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무엇인고.
아아! 갈 때에는 안개뿐이었는데, 올 때에는 밝은 달빛뿐이로다.
 
[춘사 8]
술에 취해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니
(배를 매어라 배를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흘러오니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는 듯.
아아! 인간 세상 더러운 때가 얼마나 내 눈을 가렸던고.

[춘사 9]
낚시줄을 걷어 놓고 배의 창문을 통해 달을 바라보니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구나, 소쩍새 소리 맑게 나는구나
아아! 아직도 남은 흥취가 끝이 없으니 돌아갈 길을 잊었구나.

[춘사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은 바로 샐 것이로다.
(내일 날 밝자 마자)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고서 (밖으로 놀러나갈 수 있는) 사립문을 찾아 보자.
아아! 어부의 생애는 이처럼 이럭저럭 지내려나.


[하사 1]
궂은비가 멈추어 가니 시냇물이 맑아 온다.
낚싯대를 둘러메니 기쁜 흥취를 금할 수 없구나.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둘러친 묏부리는 누가 이처럼 그려냈는가?
 

[하사 2]
연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대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
어찌하여 갈매기는 내가 쫓아가는 것인가 갈매기가 나를 쫓는 것인가?

[하사 3]
마름잎에 바람부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여름 바람이 일정할소냐, 그냥 배가는 대로 두어라.
아아! 북포와 남강이 어느 곳도 좋지 않은 곳이 있으랴.

 
[하사 4]
물결이 흐리다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오강을 찾아가려 하니 천 년에 굽이치는 오자서의 원한에 찬 노도가 슬프겠도다.
초강으로 가자 하니 혹시나 고기 뱃속에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의 넋을 낚을까 두렵다.

 
[하사 5]
수많은 푸른 버들 우거진 곳에 물가에 이끼 낀 여울돌이 아주 아름답구나.
선착장 다리에 닿거든 어부들의 서로 먼저 건너려는 몸싸움을 허물 마라.
가다가 흰머리 노인을 만나거든 뇌택에서 (낚시 명당) 자리를 양보한 옛 고사를 본밪자꾸나.

[하사 6]
해가 긴 여름날이 저무는 줄을 흥의 절정에 겨워 놀다보니 미처 몰랐도다.
뱃전을 두드리며 수양제가 불렀다는 그 뱃노래를 불러보자.
뱃전을 두드리며 부른 노래 속에 배어있는  그 노래 속에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일관된 마음을 그 누가 알 것인가?

[하사 7]
석양빛이 황홀하니 좋다마는 어느덧 황혼이 가깝구나.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소나무 아래로 비스듬히 나있다
어디서 푸른 숲 속의 꾀꼬리 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구나.

[하사 8]
모래 위에 그물을 깔아 널고 띠풀 지붕 밑에 누워 쉬어보자.
모기를 밉다 하지만, 파리는 또 어떠한가?
진실로 다만 한가지 근심되는 것은 출세주의자가 행여 들을까 두렵도다.

[하사 9]
밤 사이에 풍랑이 일어날 줄을 미리 어찌 짐작할 수 있겠는가?
밤에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를 누가 말하였는가?
아아! 계곡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풀이 참으로 보기 좋구나.

[하사 10]
게딱지같은 내 좁은 집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쳐 있구나.
부들부채를 가로로 쥐어들고 돌길로 올라가자꾸나.
아마도 어부의 생활이 그리 한가하더냐, 이것을 구실삼아 잠시 쉬어보자.
 





 [추사 1]
속세를 벗어나 깨끗한 일로 소일함이 어부의 생활이 아니더냐
늙은 어부보고 비웃지 말라, 그림마다 늙은 어부가 그려져 있지 않더냐.
네 계절의 흥이 한가지로 비슷하나 그 중에서도 가을강의 풍경이 으뜸이라.

[추사 2]
바다에 가을이 찾아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아득히 넓고 맑은 바닷물에 실컷 놀아보자.
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리 떨어질수록 더욱 좋구나.


[추사 3]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나니 나무 끝이 흐느적거린다.
밀물 때에는 동호에 가고 썰물 때에는 서호로 놀러가자.
흰 마름꽃과 붉은 여뀌는 가는 곳마다 좋은 경치를 이루었구나.


[추사 4]
기러기 뜬 저 멀리로 이제까지 못보던 산이 보이는구나.
낚시질도 하려니와 경치에 취해 노니는 이 흥취가 좋구나.
아아! 석양빛이 내리 비추니 모든 산이 수놓은 비단같이 아름답도다.


[추사 5]
반짝이는 물고기가 그물에 몇 마리나 걸렸느냐.
마른 갈대에 불붙여 골라서 구워놓고
아이야! 술병을 기울여서 표주박 술잔에 부어다오.


[추사 6]
옆에서 바람이 곱게 불어오니 다른 방향으로 돛을 움직여 돌아오니
저녁빛이 어두워오니 고상한 흥취가 가시어 차분해지는구나.
어쩐 일인지 붉게 물든 숲과 푸르른 바다가 싫지만은 않구나.


[추사 7]
흰 이슬 비껴 사라지고 밝은 달이 돋아온다.
봉황루(대궐)가 아득하여 머니 맑은 달빛을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아아!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에게 먹이고 싶도다.

[추사 8]
하늘과 땅이 제 각기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속세의 더러운 먼지가 미치지 않으니 부채질 하여서 무엇하리.
아아! 들은 말이 없으니 귀를 씻어 무엇하리.


[추사 9]
옷 위에 서리가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낚싯배가 좁다 하나 서로 아득바득하는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더냐.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자.


[추사 10]
소나무 사이 석실에 가서 새벽달을 보랴하더니
적막한 산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가는 길을 어찌 알아볼꼬.
아아! 흰 구름조차 따라오니 입은 옷이 무겁구나.





[동사 1]
구름이 걷힌 후에 햇볕이 두텁게 내리쪼인다.
천지가 눈과 구름으로 온통 막혔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 없도다.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구나.

[동사 2]
낚싯줄과 낚싯대를 손질하고 뱃밥도 박아서 배를 정비했느냐?
소상강과 동정호는 그물이 어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아마도 이때 낚시질하기에 이만한 곳이 어디 있으랴.

[동사 3]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바다로 몰려갔으니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고기잡이 한 마당(어장)에 나가 보자.
낚싯밥만 다하면(충실히 쓰면) 큰 고기가 물린다고 하는구나.

[동사 4]
간밤에 눈 갠 뒤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앞에는 유리처럼 맑고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천 겹이나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
아, 여기는 신선이 사는 선경인가? 부처가 사는 극락정토인가? 인간 세상은 아니로다.

[동사 5]
그물과 낚싯줄 걷는 것도 잊고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부른다.
앞 바다를 건너본 것이 그 몇 번이나 되는가를 헤아려보았던고.
어디서 느닷없는 강풍이 행여 불어올까 두렵도다.

[동사 6]
날아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나갔는가.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이 자욱하게 내리는구나.
아압지를 이용해서 적을 쳐서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을까

[동사 7]
붉은 빛 푸른 빛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주둥이 크고 가는 비늘의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간에
아아! 외딴 배에 삿갓 쓰고 흥에 겨워 앉았노라.

[동사 8]
물가의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 어이하여 혼자 씩씩하게 서 있는가
험한 구름을 한탄하지 마라, 온 세상을 가리는구나.
물결 소리 싫어하지 마라, 속세의 더러운 소음을 막아주는구나.


[동사 9]
시골에서 자연과 벗하는 우리의 삶의 도는 옛날부터 선인들이 말해 왔던 것이로다.
칠리강가에서 벼슬을 마다 하고 양가죽 옷을 입고 살던 엄자릉의 생활이 어떠한가
삼천육백날 위수에서 낚시질하면서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의 심정은 어떠한가.


[동사 10]
아아! 날이 저물어 가는구나, 이제 누워 쉬는 것이 마땅하도다.
가는 눈이 뿌려진 길에 붉은 꽃 흩어진 곳을 따라 흥겨웁게 걸어가서
눈내린 밤 달이 서쪽 봉우리를 넘도록 송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노라.

 

 

강호사시가 (江湖四時歌)

조선 세종 때의 상신(相臣) 맹사성(孟思誠)이 지은 4장의 연시조(聯時調). 수(首)마다 첫머리는 <강호(江湖)에…>로 시작되고, 끄트머리는<…역군은(亦君恩)이샷다>로 끝나고 있는데, 세속을 잊어버리고 태평한 강호의 생활을 춘·하·추·동의 4철로 나누어 노래했다.

작 자 : 맹 사 성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난다.
濁 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 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흥겹고 한가한 강호 생활 - 春詞(춘사)

강호에 봄이 찾아드니 참을 수 없는 흥겨움이 절로 솟구친다.
탁주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 제격이로구나.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한가롭게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有信(유신)한 江波(강파)는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해 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강호의 초당 생활 - 夏詞(하사)

강호에 여름이 닥치니 초당에 있는 이 몸이 할 일이 별로 없다.
신의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강 바람이다.
이 몸이 이렇게 서늘하게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江湖(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小艇(소정)에 그물 시러 흘리두  여 더뎌 주고,
이 몸이 消日(소일) 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고기 잡으며 즐기는 생활 - 秋詞(추사)

강호에 가을이 찾아드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랐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서, 물결 따라 흘러가 배를 띄워 버려 두니,
이 몸이 이렇듯 고기잡이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 해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安貧樂道(안빈낙도)하며 즐기는 생활 - 冬詞(동사)

강호에 겨울이 닥치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입어 덧옷을 삼으니,
이 몸이 이렇듯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 출전 > 병화 가곡집, 청구영언

맹사성(1360 ~ 1438) 호 고불. 고려 공민왕 ~ 세종.
세종 때에 우의정, 좌의정을 지냈으며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한 조선 초기의 명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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