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명詩

고결한 문체

소담이2 2006. 1. 16. 11:05

 

 

자수(刺繡)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 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 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시집 [ 가슴엔 듯 눈엔 듯 ] 1966)


떡살
허영자

고운 네 살결 위에
영혼 위에
이 신비한
사랑의 문양 찍고 싶다.

'이것은 내 것이다!'

땅속에 묻혀서도
썩지를 않을
저승에 가서도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표적을 해두고 싶다.


작은 기도
허영자

눈보담도
희디 흰 마음이게 하소서

떠나는 것
고이 돌려보내고
오는 것
순히 맞아들이게 하소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물결이게 하소서

가이없는 출렁임
그 아래 깊숙이
풀지못할 신비를
간직케 하소서

몸부림이게 하소서
못견디는 몸부림이게 하소서

엷음 바람결에도
멀리까지 날으는 은은하고 서러운
저녁 종소리이게 하소서


허영자(許英子) [1938 ~ ]

1938년 경상남도 함양 출생
1961년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2년 {현대문학}에 <도정연가(道程戀歌>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3년 우리 시문학사상 최초의 여성동인회 <청미회> 조직
1986년 제20회 월탄 문학상 수상
1992년 제2회 편운 문학상 수상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집 : {가슴엔 듯 눈엔 듯}(1966), {친전(親展)}(1972),{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1977), {빈 들판을 걸어가면}(1984), {조용한 슬픔}(1990)

허영자 시인과의 인연은 우연히 자주 만남이 이루어 져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각종 백일장에서 심사도 보시고 성북 여성백일장에서는 단골 심사위원이시다. 내가 **구청에서 일을할때 우리과 과장님과 친분으로 자주 오셨고, 자주 인사를 했다. 요즈음 쓰신 詩들도 시인의 품성에서 보이듯이 간결하고 고고한 멋이 있으시다. 지난번 김춘수 시인께서 살아 계실때 마지막으로 하셨던 강연회와 시낭송회에서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시간에 허시인께서도 낭송을 하셔서 들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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