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매우 빠름을 어이하리, 20대는 나의 황금기였고, 사회는 불안하고 살기는 어려웠어도 꿈많은 시절이었다. YMCA [기독교 청년회관]
회원이라서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첫날밤
오상순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 [華燭洞房]의
촉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다 속에서
어족인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 ........ 야!
태초 생명의 비밀이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 [久遠]의 성모 현빈 [玄牝]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져!
밤은 새벽을 배 [잉태] 고
침침히 깊어 간다.
오상순
[1894 ~ 1963 ] 호는 공초 [空超]
평생 독신으로, 보헤미안으로 사신 공초 선생님께서는 1950년대 후반 안국동
정이빈후과 병원 이층에서 잠시 머물고 계실때 선생님께서 보물처럼 가지고 다니시던 큼지막한 스켓치북에 모 여대생들의 싸인과 짧은 글들, 詩구들을
몇권 본 일이 있었다. 담배를 좋아하셔서 호를 공초로 하셨고, 수제자 심*벽 군이 수발을 들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