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중국여행 뒷 이야기

소담이2 2005. 10. 18. 07:19

 

중국여행 뒷 이야기
제 1 편

몇년전부터 여권을 만들려고 했으나 별 소용이 없어서 이리저리 미루고 있었다. 여행사에 다니는 조카가 중국 구경을 시켜주려고 하니 여권이 급하다고 한다. 여러곳에 알아보니 종로구청은 여권이 일주일 뒤에나 나오는데 동대문구청은 조금 빨리 나온다고 했다. 살기는 성북구에 살고 있어서 성북구청에 알아보니 이곳도 조금 늦게 나온다고 한다. 수수료도 동대문구청은 45,000원이고 다른 곳은 출장 접수라서 55,000원 이란다.

버스를 타고 제기동에서 하차하여 교통경찰관한테 물어보니 경동시장과 맞뚫린 길로 한참 내려가 커다란 건물을 돌아서 가면 된다고 한다. 아마 뒷문이 있을 터인데.. 짐작했지만 모르는 길이라서 그냥 찾아 갔다. 접수부터 잘 몰라서 자원봉사 하시는 노인분께 여권 신청서 대필을 부탁했다.
앞에 먼저 온 사람은 3장이나 써야하고 자기 식구들의 한자 이름을 도통 몰라서 옥편을 보여줘도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람이 호적등본을 띠러 간 사이에 대필을 부탁드렸다. 내가 쓰면 잘못 기재를 해서 다시 쓸 수도 있으니 대필로 하라기에 부탁하려니 얼마나 어렵고 시간이 느린지 속이 상했다.

11월 23일에나 여권이 나온다고 한다. 28일에 출국을 해야하는데 마음만 바빠져서 여행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구청 건물 뒷문으로 나와서 설렁탕을 한그릇 먹었다. 그리고 경동시장 입구에서 생선 만원어치와 다른 반찬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가려는 상해, 항주, 소주의 여행정보도 프린트하고 준비물도 챙기고 여러가지 구비할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행가방이 문제였다. 집에 있는 가방은 딱딱하지가 않아서 물건을 넣으면 안좋을것 같아도 가방을 사러 갈 시간이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가지고 가기로 하고 어떤 옷을 가지고 가야 할지 몰라서 세계의 날씨를 찾아보니 상해는 17도, 항주는 14도라고 한다.

여행 안내서에도 상해의 날씨가 더우니 반소매 옷을 준비하라고 써있었다. 그래서 조금 두꺼운 가을옷을 빼고 얇은 가을옷을 넣었다. 그러나 막상 상해에 내리니 기온은 올라있어도 습도가 높고 초겨울이라 한기가 있어서 생각보다 체감온도가 낮아 추은 느낌이었다. KAL기의 실내온도도 매우 낮아서 모포를 두장 덮어도 나이 탓인지 몹시 추워서 1시간 40여분간 고생을 해 상해 날씨도 별로 덥지 않았다.

첫 코스인 홍구 공원으로 가니 대문짝 보다도 더 크게 '노신 파크'라고 써있다(중국의 작가 노신의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안내자가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아큐정전은 일본을 비꼬기 위해 중국 농촌의 무지막지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비아냥거리는 내용이라고... 상해임시정부 청사, 동방명주 타워를 돌아본뒤 금붕어 수십마리를 양쪽 앞창문에 장식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간판이  하도 크고 멋져서 보고도 이름은 잊었다. 음식은 모두 채식으로, 지지고 볶고 우리나라 경기도 음식처럼 슴슴하고 깔끔하게 나와 놀라워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이란다.  

저녁후에 서너 시간을 달려서 항주 공작 호텔에 도착이다. 408호방을 배정받고 들어가니 방은 매우 깨끗하고 시설도 좋았다. 상해에는 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드물어서 온방시설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에어콘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좋았다. 화장실에도 뜨거운 물도 나와 씻기에도 불편이 없었다. 피곤한 몸이고 첫 여행이라서 물로된 우황청심원을 마시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제 2 편

아침 7시30분에 로비로 내려오니 날씨가 쌀쌀하고, 시차는 한국과 1시간 차이이다.공작 호텔은 여러개의 건물로 되어 있어서 잠은 제2관에서 자고 아침식사는 제1관으로 가서 뷔페식으로 먹었다. 여러가지 채소와 밥, 만두, 음료수 등등 차려져 있으나 야채죽과 흰죽이 일품이다. 죽으로 속을 달래니 부드럽고 맛도 좋아서 속이 가뜬하다. 둘째날 일정으로 버스에 앉으니 가이드가 안내를 시작한다. 예전에 항주[7400만 인구]는 월(越)나라, 소주 [6500만 인구]는 오(吳)나라라고 한다.

吳越同舟 (오월동주)는 사이가 나쁜 사람끼리, 또는 적과 아군이 하나가 되어 함께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어찌된 이야기냐고? 질문을 하니 중국 전국시대 오(吳)나라 왕부차(夫差)와 월(越)나라 왕구천(句踐)은 실력이 비슷한 적수로서 항상 적의를 품고 싸웠기 때문에 <오월>이라는 말은 서로 사이가 나쁠 때 쓰는 말이었다. 오월동주라는 고사성어는《손자(孫子)》<구지편(九地篇)>에서 손자가 <대저 월나라 사람과 오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한 배를 타고 건너다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과 같이 한다(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濟而遇風 其相救也 如左右手)>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아침 일찍 서호로 왔다.
서호는 소동파의 시구절에 '서호는 서시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아름다운 호수라고 한다. 저녁이나 아침이나 언제나 얼굴이 예쁜 서시처럼, 서호는 일년내내 봐야할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호수의 바닥을 준설하여 쌓은 흙으로 된 섬이 3개나 떠있고 전통 중국식 건물이 있어서 중국의 맛을 더 느끼게 한다. 중국도 현대화가 진행되어 엇비슷한 성냥갑 같은 집들만 보고 실망스러웠었는데 이곳의 정자와 집은 옛 별장처럼 보였다. 급히 한바퀴 돌고 육화탑, 영은사를 돌아 서호 용정차집으로 갔다.

차는 색이 깨끗하고 맑으며 향은 신선하고 맑아 좋았다. 용정차는 흔히 아름다운 모양(形美), 초록의 색(色綠), 그윽한 향(香郁), 단 맛(味甘)이 일품이고, 품명(品茗;차 맛보는 것) 좋다는 설명이다. 사람 마다마다 찻잔을 돌리고 음미해 보라고 한다. 나는 평소에 지리산 영목다전의 녹차를 애용하고 있어서 차맛을 알기에 맛이 우리차 맛과 비슷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차통이 넘치도록 차를 담아주면서 사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100그람에 30,000원 이었는데 300그람도 넘을 만큼 넣어주니 안사고는 못배기게 하는 상술이 대단하다. 나는 들국화차를 15,000원에 구입했다. 야생 들국화를 쪄서 말린 것이라고 해서 음미해보니 향도 좋고 양도 많아 몇년을 마셔도 좋을듯 했다.

복건성에서 온 21세의 아가씨가 발마사지를 해주었다. 얼굴도 예쁘고 명랑은 한데 조금은 건성 건성하는것 같다. 다른 처녀는 열심히 하는데 내 담당은 조금 꾀를 부리고 말이 많다. 가이드가 들락날락 하기에 왜 그러냐고 하니 열심히 하나 체크하러 다닌단다. 가이드가 오면 열심히 주무르고 안오면 배실배실 웃으면서 모든것이 부럽다며 속옷이 얼마냐? 반지가 얼마냐? 묻는데 궁금한 것도 많다. 팁으로 2,000원을 주니 고맙다고 자이지엔을 연거푸 내뱉는다. 송성 가무쇼는 90억 드려서 만든 것이라서 매우 웅장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별로여서 예쁜 소녀들이 나올때만 보고는 졸고 있었던 듯하다. 머리가 기울어 지니 동생이 툭 친다.

둘째날 호텔방에서 잠을 청해도 잠이 안와서 준비해간 약을 먹고 마음을 다스려 본다. 동생은 몸이 괴롭다고 해서 타이레놀을 주었다. 상비약도 준비하라고 하여 작은 애가 한보따리 사다주었다. 감기약, 설사약(중국음식은 모두 기름끼라서 설사를 한다기에),두통약 등 하여간 준비한 약이 한보따리가 넘는다. 그리고 우황청심원과 청황보심단은 잘 사용했다. 유리병이라서 깨어질까 염려하여 플라스틱 통에 종이를 말아서 가지고 갔다. 시간 맞춰서 돌아다녀야 하고 마음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변이 문제였다. 아침에 호텔을 나가기 전이나 돌아온 후에야 볼일을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공중 화장실이나 건물의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다. 그리고 변기라기보다는 이상한 골을 파놓은 것이라서 대변을 보기도 그렇고 물도 제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오면 화장실 관리 아주머니가 뒤에서 물을 한꺼번에 부어서 청소를 했다. 대게는 바가지 같은 모양의 개인용 화장실도 많으나 우리나라의 화장실과는 다르다.


제 3 편

아침을 또 뷔페를 먹고 항주에서 소주로 2시간 갔다. 아무리 뷔페라지만 연달아 먹기엔 고역이다. 소주의 날씨는 항주보다 쌀쌀하다. 항주나 소주나 황해와 가깝고 습도가 높아서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했다. 그런데 출발 전에 두꺼운 옷을 빼고 얇은 옷으로 바꾸어 넣어서 두꺼운 옷이라곤 입고간 속내의 밖에는 없고, 마땅히 바꿔 입을만한 옷이 없어서 처음 옷을 그냥 입고 다녔다. 얇은 옷들은 짐만 될뿐 입지를 못했다. 공연히 옷을 바꿔넣어 후회했고 순모 털스웨터가 간절했다. 그리고 두둑한 청바지도 간절했고..

중국의 피사탑이라는 호구탑, 한산사를 돌고, 졸정원으로 갔다. 구경은 했어도 입장권이나 안내 책자가 없는지라 어디를 본건지 모르겠다고 하니 처음으로 졸정원의 입장 티켓을 준다.
너무나 아름답고 형언하기 어려운 곳이다. 가는 곳마다 이야기 거리가 있고 밟는 곳마다 에피소드가 있다. 그곳의 날씨는 장마도 없고 비도 가랑비처럼 소리없이 와서 바닥에 잔돌을 깔아 촘촘히 박아 놓았다. 물이 고이지 말고 스며 들어 발을 적시지 않게 함이란다.

졸정원의 기념품점에서 안내 책자를 사고, 나오다가 소품 도자기도 샀다. 항주에서 진주 양식하는 회사에 갔을 때는 양식 진주가 매우 싸고 좋았다. 돈을 별로 안가져 갔는데 동생이 진주 목걸이를 사준단다. 싫다고 하니 진주 반지를 사주었다. 5,000원하는 진주 목걸이도 좋았는데 안산것을 후회했다. 애들에게 하나씩 사다가 줄것을 하면서.. 그래서 실크 공장에 갔을 때는 얇은 실크 목도리를 두개 샀다. 그냥 필요한 사람이 쓰라고. 가격은 별로 싸지는 않았다.

상해로 돌아오는 길에 덤이라며 외탄 야경을 보여 주었다. 은행가와 상업지구를 조명으로 밝혀 놓은 곳이다. 매우 고풍스러워 보인다. 사이원호텔과 동급의 새로운 호텔은 매우 더럽고 지저분해서 하룻밤 푹 쉬기에는 마땅찮은 곳이었다. 말도 안통하고 그날 따라 가이드는 그림자도 안보이고 방은 왜그리도 춥고 음산한지.. 아무튼 모든 시설이 지저분했다. 물도 냉장고에서 꺼내먹으니 2통에 3600원이다. 일반 상점에서는 2통에 천원인데 너무 비쌌다. 아침 6시에 서둘러 푸동 공항으로 이동하여 모든 출국 수속을 밟고 상해항공 49번 자리에 앉았다. 기내식으로는 볶은 밥이 나왔고 서비스가 좋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인다. 서둘러 공항 리무진을 타고 택시 타고 집에 오니 낮12시 15분이다. 들고온 잣도 먹고, 귤도 먹고, 선물도 풀어 놓고 내집만한 곳이 이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절실하게 느꼈다. 오다가 일행인 여행 전문가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우리가 여행한 여행상품은 299,000원 짜리 세일상품인데, 여행사에서 미리 1년치 비행기표를 사둔단다. 성수기에 비행기표가 많이 소비되면 세일 여행상품이 없지만 비행기표가 남으면 비행기값을 뺀 세일상품을 기획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는 이런 상품으로 자주 여행을 다닌다고 자랑이다. 내가 간 여행일정에도 서커스 구경이 20불씩 있었는데 볼 사람만 보고 온 일이 있다. 그리고 가이드 수고료와 발마사지 값으로 35불씩 추가로 돈을 지불했다.  

끝으로 기름기 많은 음식에 속이 거북할때는 그곳에서 나오는 김치와 고추장이 최고였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분은 고추장과 김, 깻잎 등등 부식을 준비해서 가져가면 좋다. 계절에 맞는 옷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과 배변을 도와 주는 약, 화장지도 필수 준비물이다. 어깨나 허리에 매는 보조가방 또한 필수다. 여권, 현금, 귀중품, 카메라, 필름, 비행기표를 언제나 들고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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