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리의 갯바람
오랜만에 고향으로 행하는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 하였다. 언젠가 기억 조차 가물하게 가본 강화도로
지인의 차에 몸을 싣고 막연히 고향의 품으로 안겨볼 기대도 하면서 달렸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차창 밖의 흐르는 풍경에 산야를
바라 보노라니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가듯이 모두 변해 버린 낯선 산야를 보았다. 10여년 넘은 강산의 모습은 모두 낯이 설었고 한번도
않가본 다른 고장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 지기 시작 하였다. 아름다운 산허리를 막아버린 아파트들과 여기저기 흩어져 풍경을 헤집어 놓은
집들은 여느 중소 도시의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 털털 거리던 비포장 도로가 산뜻하게 모두 포장 되어서 자동차들이 물결을 헤치고
나가듯이 쉬임없이 달릴수 있던 것은 큰 변화중에 아주 발전된 모습이였기도 하다. 사방 팔방으로 뚫린 도로망은 강화의 산야에 동맥처럼 그어져
있었다. 아직은 여린잎들과 간간히 보이는 진달래, 벚꽃이 지나는 여행객의 눈길을 머물게 했고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는 또 다른 청정지역의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의 고향 강화읍 신문리와 거리가 떨어진 하점면 망월3리에 도착 했다. 바닷가 갯바람이
흐르고 왼쪽에는 석모도와 오른쪽의 교동도가 손에 잡힐듯 가까운 바닷가 논밭속에 파아란 하늘색 지붕을 이고 있는 농가다.
서울이
싫고 아무것도 문명이 싫어서 지인이 장만한 집에는 tv나 냉장고 조차 없고 다만 바닷 바람과 철을 잃고 돌아가지 못한 철새 몇마리가 끼륵 거리며
날고, 텃밭에는 마늘이 한참 자라고, 뒷밭에는 상추, 배추, 홍아, 시금치, 보리가 파아란 잎으로 커가는 중이였다. 몇주만 있으면 상추가
무성하게 커갈 것이라 한다. 여장을 풀고 사방의 문을 열어 통풍을 하며 앞뒤 논들을 내어다 보니 밭갈이가 한창 끝났고 못자리를 품앗이 하느라고
한참 바쁜 모습 들이다. 모두 노인분들 뿐이였다.
100미터 앞 바닷가로 향했다. 방뚝에 철지난 억새풀이 무성하고 밀물때라서
바닷물이 쏴 밀려 들어 온다. 석모도가 지척에 보이고, 교동도는 저멀리 떠 있다. 방뚝 안쪽의 수로에서는 강태공들의 낚시가 한창이다. 팔뚝만한
향어를 낚으러 물속의 그림자를 쫓는듯 미동도 안하고 있다.
마을 서쪽에 서있는 종이학을 접어 놓은듯 학 모양의 교회는 평지의
사방에서 보인다 황해 바다를 향해 비상하려는 듯 머리를 바다 쪽으로 향해 있다. 새벽 4시45분 새벽 예배를 보려고 후랫시를 챙겨 길도
모르는 교회를 찾아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농로를 따라서 집들을 지나는데 집집 마다 개들이 짖어 대고 무서움증이 생긴다. 다만 저멀리 교회의
종루 십자가 불빛만 바라보고 가노라니 4거리에서 방향을 알수 없어 망설이는데 자전거 탄 사람이 지나간다.
"교회를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요?" ""넓은 길로 곧장 오세요."" 교회 앞 마당에는 십여대의 자전거가 서 있고 어느 할머니 한 분이 교회로 들어 가고 있었다.
시골 교회같지 않게 모양도 세련되고 안에도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이 아름 다웠다. 203장 찬송가를 따라 부르고 신명기 23장 성경후에
십일조에 관한 설교와 기도로 새벽 기도회는 끝이 났다. 여명이라 어스름하고 농무가 잔득 낀 논길을 걸어 오면서 교회의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서
서너장의 교회 사진을 찍으면서 오려니 빤히 보이는데도 거리가 아직 멀었다. 사방은 고요한데 그 넓은 대지에 나 혼자 뿐 그 순간은 모든 그곳의
공간이 나만의 것처럼 대지는 나의 것 이였다.
달이 아름 다워서 마을 이름이 망월리 라고 부른단다. 바다에도 달이요. 수로에도
달이고, 하늘에도 달이고, 우물에도 달이라서 망월리 란다. 달 구경은 못했지만 아침 일찍 앞의 섬조차 않 보일정도 짙게 낀 안개는 바다 풍경을
더욱 아련하게 가리워 놓고 있었다 또 사진 몇장 찰깍, 새 몇 마리 찰깍, 바닷가라서 기온은 초가을 같이 추웠다. 파카 챙겨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군이 아침을 한다고 텃밭에서 시금치, 파, 뒷뜰에서 달래를 따고 신 김치에 참치를 넣어 찌개를 끓이고 쌀을
안치어 밥을 했다. 김이랑 조장로님 사모님께서 갔다주신 시금치 나물과 무공해 찌개로 아침밥을 웰빙식으로 먹었다. 아무런 양념도 없었으나 무공해
작물이라서 인가[?] 매우 달콤하고 맛이 좋았다. 또 공기도 맑고 짭쪼롬한 바다 바람이라서 인가[?] 숨쉬기도 좋고 머리도 맑아 지는것 같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48시간 청정 지역에서 숨쉬던 버릇이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그 시원하고 상큼한 바람이 다시 그리워
진다. 갯내음이 섞인 바닷바람과 망월리의 인정어린 사람들의 마음 들이 그리워진다. " 그 의사양반 하고 어떻게 돼시꺄 [?]" " 친척
누이가 됩니다." " 그러시꺄 " 강화도의 방언 조차 그리워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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