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심윤경
종가의 전통을 내세워 가문의 위상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서자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는 손자 사이의 갈등이 그려진다. 치유되지 못한 자신의 상처가 세계 속에서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엿볼 수 있다. 단락
사이사이에 놓인 ""언간""을 통해 예스러운 문체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 소개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한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쿨한 사람, 쿨한 관계, 쿨한 소설, 쿨한 영화들이 이
세상을 휩쓸어 버린 것이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쾌하고 은근한 노랫자락에 얹어서 똑같이 쿨하다고 착각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쿨하지 못한 우리네 인생. 아무래도 사는 건 구차하고 남루하다.뜨겁게. 여한 없이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뜨겁게.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 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도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 심윤경 [저자의 말]
목차
돌아오던 날
초열기(焦熱記)
유월장
달실에서 온 여인들
개미귀신
운명의 칼
불천위제(不遷位祭)
푸른
관(冠)의 어머니
제단에 오르다
내간체로 쓰여진 본문 중에서 ... 한통의 언찰
한마님 전 상살이 -》[올려
말씀 드림]
문
안 알외옵고, 일기[日氣] 부조[不調] 하온데 근체[ 筋體] 강일[康佚] 하옵시며 합내[閤內]제절[諸節]
균안[均安]하옵신지 아압고저 사념[思念] 간절하옵니다.
존구[尊舅]-》 [시아버지를 이르느 존칭] 생신 맞잡시어 족족유여[足足有餘]한
하물[賀物] 이바지 마련해 주셨사오니 물물이 하갈동구[夏葛冬구]-》[여름에 서늘한베옷과 겨울의 다듯한 가죽옷, 곧 격에 맞는 물건을 이름]요
목목이 정긴[精緊]숙요[淑要]라 존구고[尊舅姑] 내외분 기쁨 크셨사옵내다.
효두[曉頭] 아직 밝지 않은 무렵 소바리-》 [소에게 등짐을
지어]로 오동궤[梧棟櫃]얹은 득수 아비 들고서 동고리-》[ 동글 납짝한 버들고리] 모재비-》[네모난 모양의 그릇]이고 온 반빗간치-》 [ 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은 계집하인] 정연하게 숙설[熟設]-》[잔치음식을 만드는일]하매 그 움직임이 제제창창[濟濟창창], 일체 군더더기 없으니 한마님
정완[貞婉]하신 가르치심이 역연[歷然]한지라 일가 비복들의 칭송이 높았사옵니다. [중략]
달의 제단은 상룡이를 통해,
가문의 굽힐수 없는 자존심을 이끌고 가신
할아버지. 그 틀속의 여인들에 나약한 삶이 굴레속에서 어떻게 슬어져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 기회를 놓칠수 없어서 문학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분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글을
쓸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목소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다른사람들과 차별화를 위하여내간체 연구를 3개월 동안 해서 본인이 직접 만들어서 썼다고
들었다.
국어 사전, 언간록, 추사 김정희의 언간집 [귀향갔을때 부인에게 보낸편지들]
을 가지고 아름다운 고어체에 귀한
언어의 서찰을 만들었다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예전에는 서찰을 받으면 세로로 쓰여진 글위 여백에다가 답장의
글을 써서
다시 돌려 보내는 풍습때문에 보낸편지와 받은 편지의 글을 동시에
볼수있었다 한다.
어딘가 채워 지지않은 삶의 목소리를
들으며, 절대 갈등도 없고 유복하고
다복한 환경속에서, 글쓰기는 분석하고 끝없는 모색을 하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선택하여
개척한 글이라고 한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차분히 들려주는
작가의 밝은 미소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문학의 밤은 깊어 갔다.
매우 알차고 좋은 시간을 보낸 느낌은 매우 흐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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