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난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니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은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1957 ~ ]
본명은 안재찬이고 1957년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번역서[성자가 된 청소부]
명상서적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류시화 씨가 번역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을 읽은지 3년쯤 되어가니 내용이 가믈하다. 류시화 시인은 인도 티벳등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쓴 글이 다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