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장례식 광경 일제의 고문에 의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한 윤동주 시인의 장례식 광경(1945년 3월 6일
용정 자택)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 [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 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프르른 하늘은 높기도 한데 ...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버선본
어머니 누나 쓰다 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간 뮛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드니 습자지에다 내 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걸,
어머니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뮛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드니 천 우에다 버선본 놓고 침 발러 점을 찍곤 내 버선 만드는걸.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 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 달랑
얼어요.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산협의 오후
내 모래는 오히려 섧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 ~ 졸려.
장
이른 아침 아낙네들은 시들은
생활을 바구니 하나 가득 담아 이고 ... 업고 지고 ... 안고 들고 ... 모여드오, 자꾸 장에 모여드오
가난한 생활을 골골이 별여 놓고 밀려 가고 밀려 오고 ... 저마다 생활을 외치오 ..... 싸우오.
왼하로 올망졸망 생활을 되질하고 저울질하고 자질하다가 날이 저물어 아낙네들이 쓴 생활과 바꾸어 또 이고
돌아가오.
창공
그 여름날 열정의 포푸라는 오려는 창공의 푸른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팔을 펼쳐 흔들거렸다. 끊는 태양 그늘 좁다란 지점에서,
천막 같은 하늘 밑에서 떠들던 소나기 그리고
번개들, 춤추든 구름은 이끌고 남방으로 도망하고, 높다랗게 창공은 한폭으로 가지 우에 퍼지고 둥근 달과
기러기를 불러 왔다.
푸르른 어린 마음이 이상에 타고, 그의 동경의 날 가을에 조락 [調落]의 눈물을 비웃다.
윤동주
생년월일] 1917년 12월 30일 [출생지] 북간도 [직업] 시인, 독립운동가
[학력] 연희전문-도일 도시샤대학 영문과 [작품] 서시,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십자가, 슬픈 족속 [특이사항]
1945년 02월 16일 사망 (규슈 후쿠오카형무소)
너무나 가슴 아픈 시대에 윤동주님을 생각하면 그분의 시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익살 스럽고, 유모어가 가득한 시도 있지만 대게는 어둡고 슬프고 가슴 한구석에 애련한 마음이 스미는 시어들이다. 그몇편을 골라서 감상해
보기위하여 올려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