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명詩

인의 유봉

소담이2 2005. 10. 1. 03:12

 

인작가의 [人作嫁衣 ] 허 난설 헌 [許蘭雪軒] 이야기

허 난설 헌은 조선왕조 선조 [宣祖]때의 여류시인으로 유명한 사람이였다.
양천 허씨의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만 불리워져야 했던 이조의 여인으로서 난설헌이라는 당호 [堂號] 로 알려진 규수시인 [閨秀詩人] 이며 이땅에 태어난여성으로서는 그 존재를 확실이 한 이름의 여인이였다.

인작가의 [人作嫁依]

荳是 乏容色 [두시 핍용색]
어찌 꽃같은 얼굴로
工함 復工織 [공함 복공직]
바느질 길쌈에 묻혀 사네
少小 長寒門 [소소 징한문]
어려서 가난에 시달리고
良媒 不相識 [양매 불상식]
좋은님 인연도 없어라.
夜久 織未休 [야구 직미휴]
밤 깊도록 쉴새없이 짜면
憂憂 鳴寒機 [우우 명한기]
찰칵찰칵 찬 베틀이 우네
機中 一匹練 [기중 일필련]
틀속의 한필 비단은
終作 阿誰衣 [종작 아수의]
누구의 옷이 될지 모르네
手把 金剪刀 [수파 금전도]
손에 가위를 잡으면
夜寒 十指稙 [야한 십지직]
추운밤 열손가락이 얼고
爲人 作嫁衣 [위인 작가의]
시집갈 남의 혼수옷 지으며
年年 還獨宿 [년년 환독숙]
하고한 해 이몸 홀로 누었네.

누구의 옷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밤새워 가면서 짜는 길쌈과 시집가는 큰애기들의 찬란한 비단옷을 짓기 위하여 밤을 새우는 이조 여인의 인작가의 노래이다.

시집 가는날 발이발이 한님이 머리에 이고 따라오는 발이 속에는 열죽 스므죽의 새각시의 진솔옷이 가득 들어있다. 똑같은 치수 똑같은 모양의 치마 저고리,속옷, 단속옷, 겉치마, 속치마, 상박하후 [上薄下厚]의 옷들, 유교[儒敎]에 젖은 여인들의 옷매무새는 아랫도리를 몇겹씩 두르도록 마련되어 있다. 정조 [貞操]의 보호 관념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적삼이나 저고리가 짧아져 화장길이 치수로 양팔을 끼어입었다는 호장 저고리 그 아래에는 여인의 하반신을 두른다는 아래옷이 자연 여러겹을 열두폭 치마와 같은 것을 만들게 하였다.

허 난설헌은 친정 가문이 모두 학자였다. 부친 엽 [燁]은 서경덕 [徐敬德]의 문인[門人]으로 부제학 [副提學] 벼슬을 하였고, 그녀의 오빠 균 [均]은 홍길동전을 써낸 이조 문학의 문장가였다. 오빠들이 공부하는데 가서 어깨너머 배운 공부로 뛰어난 총명을 떨친 허 난설헌은 한 [恨] 맺힌 사생활이 그의 詩에 담겨져있다.

錦帶羅裙積淚狼 [금대나군적루랑] ...
비단띠 비단치마 눈물자국 ... 이러한 구절은 그가 그의 남편이 방탕하고 불행이도 어린자녀를 잃었을때 그의 회포를 호소한 규원 [閨怨]의 구절이고,

縫紗 遙隔 夜燈紅 夢覺羅念 一半空 [봉사 요격 야등홍 몽라각념 일반공 ] ...
이것은 추한 [秋恨] 에서 그의 심회를 읊은 글인데 그 뜻은,
붉은 비단 넘어로 등잔불도 붉은데 꿈에서 깨어보니 비단이불 한쪽이 비어있네.

허 난설헌은 삼남매의 어머니로서 남편 김성립 [金誠立]을 섬기려고 무한히 애썼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비단이불 한쪽을 비우기가 일수였던 것이다. 이율곡 [李栗谷]에 관련된 당쟁으로 그의 친정집이 귀양살이를 가게되고 옥사 [獄事]를 치뤄야만 하였던 그의 짧은 생애는 아무리 뛰어난 문재[文才]가 있더라도 여자이라서 시들어 버려야하는 세상이였었고 삼종지도 [三從之道]와 칠거지악 [七去之惡] 으로 여성을 얽어매는 사회에서는 많은 책을 초당에서 읽기보다 바늘과 실 그리고 반지고리와 함께 일상생활의 벗이 되었으나 그녀는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허 난설헌의 생각은 시상 [詩想] 에서 비약하여 일찍 조혼[早婚]으로 빚어진 남편과의 불화를 억제 시키면서 상계[上界]를 동경하는 유선사 [遊仙詞] 87수, 동선요 [洞仙謠]등의 작품을 썼던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명나라까지 건너가 출간되었다. 27세의 짧은 생애에는 임진란이 일어나기 4년전 [1589년 3월 19일]에 막을 내렸다. 광주군 초창면 요수산 [廣州郡 草昌面 繞水山]에 묻혀있는 허 난설헌은 [왜] [시집갈때 새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나] [人作嫁衣]하고 詩의 한구절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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