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엘비스 프레스리

소담이2 2006. 2. 2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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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사후 수입이 가장 많은 유명인사 1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1위는 예상대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가수와 배우로 활동했던 23년의 기간보다 세상을 떠난 세월이 더 긴 28년이 흘렀건만, 엘비스는 지난 1년 동안에만 47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음반과 DVD 판매 수입, TV 다큐멘터리 방영료,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기념관의 입장료와 기념품 수입 등 엘비스 프레슬리 재단이 얼마나 치밀하게 엘비스의 이미지를 관리했는가를 말해주는 액수다. 더구나 포브스지가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01년부터 5년 연속 1위라니, 엘비스 프레슬리야말로 현대의 최고 연예인이라 하겠다.

 

이 통계를 기다렸다는 듯 이달엔 엘비스의 영화 DVD ‘제일 하우스 록’과 ‘비바 라스베가스’가 출시된다. 영화 DVD 8편, 공연 실황과 인터뷰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DVD 7편, 영화 비디오 6편이 출시되어 있으니 엘비스의 노래와 영화 인생을 훑기는 어렵지 않다.

엘비스의 노래를 CD로만 듣는 것이 반쪽 감상에 지나지 않듯 엘비스의 영화를 보지 않고는 그의 재능과 매력을 모두 확인했다고 할 수 없다. 이에 영화 DVD를 중심으로 배우 엘비스 프레슬리를 조명해 본다. 아쉬운 건 출시작 모두 서플이 없고 노래가사 번역도 해주지 않는다는 점.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나 엘비스의 음색에 실리면 감정이 배가되니 가사 번역은 기본이건만.

 

배우가 되고 싶었던 엘비스 프레슬리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1935~1977)를 영화란에서 다룰 일이 있을까 의아해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나 엘비스는 무려 33편의 영화를 남긴 당당한 영화배우다. 21살이 되던 1956년에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로 데뷔하여 1972년의 ‘엘비스 온 투어(Elvis on Tour)’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 배우 활동기간 16년에 33편이면 1년에 두 편꼴 출연인 셈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가 인상적으로 쓰인 영화 ‘다이너’ ‘칵테일’ ‘작은 악마’ ‘조 대 볼케이노’ ‘광란의 사랑’ ‘릴로 앤 스티치’ 등에서부터,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대회를 소재로 한 범죄물 ‘3000마일’, 그리고 커트 러셀, 발 킬머, 브루스 켐벨, 조너선 라이스 메이어스 등이 엘비스로 분했던 영화까지 헤아려 보면, 엘비스가 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작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엘비스 자신도 진정으로 바란 것은 가수가 아닌 배우라고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4년에 발표한 ‘That’s all right’가 히트하면서 로큰롤의 제왕으로 일보를 디디기 시작하여, 1956년부터는 기절과 광란에 빠지는 여성팬 때문에 공연장에 경찰을 동원해야 할 지경이 된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엘비스는 자신의 노래 경력에 불안을 느껴 영화 출연의 꿈을 현실화한다. 각본에도 직접 참여하며 영화에 애정을 보였지만 평생 엘비스를 빨아먹은 악독한 매니저 톰 파커는 한심한 영화 출연만을 강요했다.

톰은 엘비스를 쉬지 않고 일하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돈을 챙기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이름없는 감독과 여배우를 동원한, 5분마다 엘비스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영화의 출연을 고집한 것은 엘비스와 동급 스타가 출연하면 엘비스가 덜 빛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관객이 원하는 것은 엘비스의 연기가 아닌 노래라고 오판한 때문이다. 늘 ‘톰을 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착한 엘비스는 말년에 자신의 영화 선구안이 미숙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블루칼라 배역을 맴도는 싸구려 영화 속에서도 엘비스는 놀라운 재능과 매력을 보여준다. 엘비스가 리듬기계인 양 노래와 몸을 일치시키며 다리와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왼쪽으로 비틀어진 냉소적인 미소를 날리며 매력적인 바리톤으로 노래할 때 넘쳐 흐르는 섹슈얼한 에너지는 엘비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황홀경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노래를 하지 않을 때의 연기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이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제일 하우스 록’ ‘플레이밍 스타’ ‘비바 라스베가스’ ‘블루 하와이’ ‘킹 크레올’과 같은 수작을 남긴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가장 좋아한 영화는 ‘이유없는 반항’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더티 해리’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임스 딘, 말론 브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흠모했다는 얘기다. 엘비스의 출연을 타진했던 영화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흑과 백’ ‘미드나잇 카우보이’ ‘진정한 용기’ ‘스타 탄생’ ‘그리즈’ 등 쟁쟁하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엘비스를 캐스팅하기 위해 여러 번 매니저를 찾았는데 그 때마다 톰 파커가 거절했다. 위의 영화와 감독을 선택했다면 엘비스 프레슬리는 42살에 세상을 떠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제일 하우스 록’(Jail House Rock)

리처드 소프의 1957년작 ‘제일 하우스 록’은 젊은이의 우상으로서 모든 것을 바친, 엘비스의 두 번째 출연작이다. 엘비스가 직접 안무까지 맡은 타이틀곡 ‘Jail House Rock’ 공연 신은 현대 뮤지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다혈질 청년 빈스는 실수로 살인을 저질러 감옥에 간다. 감방 동기인 가수의 지도로 노래 실력을 다듬은 빈스는 출소 후 가수로 성공하나 사치와 허영으로 가까운 이들과 멀어진다.

 

▣‘플레이밍 스타’(Flaming Star)

돈 시겔의 1960년작 ‘플레이밍 스타’는 클레어 후프카의 소설을 원작자 자신과 넌넬리 존슨이 각색했다. 존슨은 ‘분노의 포도’의 각본을 썼던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이다. 덕분에 1878년의 텍사스를 무대로 한 ‘플레이밍 스타’에는 인디언과의 평화공존을 이상으로 삼는, 철학적이며 시적인 대사가 많다.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인종차별 문제까지 아우르는 감독의 기량도 돋보인다. 엘비스 역시 첫 장면의 생일 잔치에서 기타를 메고 ‘플레이밍 스타’를 부르는 것 외에는 일절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체로키 인디언 피를 물려받은 엘비스는 인디언 혼혈 청년으로 분해 정체성과 혼란을 진지하게 연기한다.

 

▣‘비바 라스베가스’(Viva Las Vegas)

조지 시드니 감독의 1964년작으로, 엘비스는 라스베가스의 카레이서로 분해 ‘Today’ ‘Tomorrow and Forever’ ‘I need somebody to lean on’ ‘The Yellow Rose of Texas’ 등 귀에 익숙한 10여곡을 노래한다. 특히 앤 마거릿과 부르는 ‘Come on, Everybody’는 ‘비바 라스베가스’의 백미. 앤 마거릿은 엘비스와 공연한 여배우 중 가장 지명도 높았던, 동급의 위치와 연기력, 노래 실력을 겸비한 스타다. 그러나 폭발적인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앤 마가렛이 엘비스의 인기를 가린다고 여긴 매니저가 이후 공연을 막았다. 엘비스는 평생 앤 마거릿의 공연장에 꽃을 보냈다.

 

▣‘헤럼 스케럼’(Harum Scarum)

미국의 액션 배우 조니 타이론은 ‘사막의 모래’ 홍보차 중동을 방문했다가 암살단에 납치된다. 조니는 왕을 암살하라는 암살단의 협박을 물리치고 왕의 딸과 사랑에 빠져 루나켄트국을 구한다. 진 넬슨의 1965년작 ‘헤럼 스케럼’은 할리우드의 중동국가 편견이 집대성된 오락영화지만 엘비스가 머리엔 터번을, 허리엔 붉은 천을 두른 섹시한 아랍 사나이로 분해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미희에 둘러싸인 프레슬리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Kismet’ ‘So Close Yet So Far From Paradise’ 등을 부른다.

 

▣‘런던 대소동’(Double Trouble)

로큰롤 가수 가이는 자신의 팬 질리안이 17살밖에 안된 부유한 상속녀라는 사실을 알고 헤어진다. 그러나 질리안은 벨기에행 배를 탄 가이를 따라 배에 오른다. 여기에 어벙한 도둑 두 명과 질리안의 삼촌이 보낸 미모의 암살자가 끼어든다. 카툰 스타일의 세련된 타이틀로 시작하여 런던-브뤼지-안트워프로 세트를 넓히고, 밤 무대 공연과 트위스트 세대의 원색 의상 등 눈요깃거리에 신경을 썼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더 와이어 브라더스와 함께 ‘Could I Fall in Love’ ‘Old Macdonald Had a Farm’ 등을 노래한다. ‘Long Legged Girl’은 엘비스의 군 입대 직전에 나온 최고 노래 중 하나다. 노만 토록의 1967년작.

 

▣‘스피드웨이’(Speedway)

카레이서 스티브는 출전하는 경기마다 우승하나 매니저가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여 미모의 국세청 직원 수전에게 감시당한다. 깐깐한 수전과 착한 스티브는 사랑에 빠지고. 노만 토록의 1968년작으로 유명 레이서 리처드 패티, 칼 야보루 등이 참가한 자동차 경주가 볼거리. 엘비스 프레슬리는 블루 스크린 합성 티가 팍팍 나는 레이스 장면이 끝나면 클럽에 가서 ‘Speedway’ ‘Let Yourself Go’ 등을 부른다. “크면 아저씨 같은 분과 결혼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귀여운 소녀의 손을 잡고 ‘Your Time Hasn't Come Yet’을 부를 때 엘비스는 어찌나 다정한지.

 

▣‘소녀는 괴로워’

(The Trouble with Girls)

쇼단 샤타쿠아가 아이오와 시골에 천막을 세운다. 젊은 단장 월터는 대규모 쇼단을 이끌랴, 강경 노조위원장 샬린을 달래랴, 정신이 없다. 그 난리 통에도 월터는 샬린과 밀고 당기는 애정 싸움을 한다. 흰 중절모와 흰 양복 차림의 1920년대 쇼단장으로 분한 엘비스는 쇼가 지연될 때마다 등장하여 ‘Sweet Low Sweet Chariot’ ‘Violet’ ‘Almost’ 등을 부른다. 피터 텍스버리의 1969년작.

옥선희 영화 칼럼니스트(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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