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김연수
작가 김연수의 두 번째 소설집. 이 작품집으로 2003년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을 펴내기 전부터 쓰기 시작한 연작소설들을 모았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김천 평화동 80번지를 배경으로 하여 유년부터 스무
살 이전 까지의 기억을 좇고 있다.
줄거리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작가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빵집에서
있었던 사건을 꺼내는 것으로 기억 여행을 시작한다. 빵집에서 일하던 게이코(경자)가 돈을 훔쳐 달아나자 빵집 주인 김씨와 제빵 기술자 태식이
찾아나선다. 게이코는 어머니가 죽어 까마귀가 되었을 거라고 믿는 ""천애고아(天涯孤兒)""로 그 상처로 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
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다. 게이코의 유일한 낙은 ""실용 펜팔 편지 예문""을 베껴가며 미국 소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미국행을 꿈꾸 는 것.
김씨와 태식은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서, 은성탄좌에서 일한다는 게이코의 할아버지를 찾아가나,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늙은 광부가 사는 사택촌의
허름한 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컬러텔레비전이 덜렁 놓여 있을 뿐이다. 게이코가 훔쳐간 돈을 대신하여, 둘은 컬러텔레비전 을 떠메고 하염없이
눈 내리는 길을 걷는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1984년, 중학생 원재의 반에는 ""체력단련 시간""이
있다. 담인 조선생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반장 경호는 훈육과 폭력을 반 아이들에게 행사하고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그들은 무기력하게
길들여진다. 고아원 출신의 ""유별나게 유순한"" 고아원생 택식은 이러한 반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둘의 대결에서 태식이 승리한다. 그러나 담임의
응징에도 항의한 태식은 설 자리는 더이상 학교에 없다.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평화동 80번지 아이들 사이에는
""이수여인숙 똥개""가 돌아온다는 소문이 퍼진다. 폭행, 강간, 절도부터 시작해 계모를 패고 제 아버지의 뒤통수를 각목으로 후려치는 등 온갖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던 ""똥개""가, 자신과 띠동갑인 계모 윤희엄마를 죽이러 돌아왔다는 것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데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갑자기 나타났던 ""똥개"" 는 결국 칼부림으로 인해 교도소로 향하고, 그가 돌아왔다는 소문만 두려움 속에 무성하다.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치과를 운영하는 삼촌, 지금은 총을 꺾었지만 한때 덕유산 인근에서
몰이꾼으로 이름을 날 렸던 ""도라꾸 아저씨""와 함께 멧돼지 사냥을 떠난다. 삼촌은 카페 ""물망초 "" 동갑내기 여자와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찐한"" 사랑에 빠졌다가 실패하고 이번에는 사냥에 빠진 것. 하얀 눈밭 위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같은 멧돼지와 정면으로 마주친 ""나""와
삼촌, 도라꾸 아저씨는 그러나 멧돼지를 쏘지 못한다. ""나""에게는 집회 도중 분신자살한 한 학생이, 삼촌에게는 ""물망초 여자""의
눈망울이, 도라꾸 아저씨에게는 새끼들을 죽여 어미를 사 냥했던 옛 잔인한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눈 쌓인 리기다 소나무 숲에서
멧돼지 대신 삶과 생명의 의미를 안고 돌아온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데스카 오사무 만화 속의 등장인물 같은 보건소 의사가
평화동 80번지에 나타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궁쥐와 지붕쥐 그리고 박쥐를 전문용어인 라투스 노르베기쿠스, 라투스 라투스, 게누스
리노로푸스 따위로 부르는 그에게 평화동 80번지는 비위생적인 곳 이며 비위생적인 곳에는 전염병이 돌 수밖에 없다. 전염병의 원인이 환경과 그
속의 사람들이 아닌 ""대장쥐""에게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에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시궁창 복개천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차례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뉴욕제과점
첫사랑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해설 - 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 / 정선태(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린아이였다가 초등학생이었다가 걱정에 잠긴 고등학생이었다가 자신만만한 신출내기 작가였다가 빙수판매 신기록을 세운 대학생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고개를 들고 실내를 바라볼수 없었다. 이윽고 국밥이 나왔고 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국밥을 먹었다. 국밥은 따뜻했다.
나는 셈을 치른 뒤, 새시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역전 거리의 불빛들이 둥글게 아룽져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뉴욕제과점」 중에서 (p.93)
김연수 [1970
~ ]
지은이 소개
김연수 - 1970년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장편소설「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가면을 가리키며
걷기」「7번 국도」「꾿빠이, 이상」, 소설집 「스무 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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