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는 나무로 오리를 조각하여 길다란 나무 꼭대기에 꽂아놓는데, 그 대부분 한마리씩 세워놓지만, 3 마리의 오리를 하나의 나무에 꽂아놓거나, 3개의 솟대가 한 조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솟대를 보통 '당산(堂山)', '별신대(別神臺)'라고도 부르는데, 길다란 장대라는 뜻으로 '짐대' 또는 '진대', '용대(龍臺)'라고 하며, 액막이란 뜻으로 '수살대(守煞臺)', '추악대(推惡臺)'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지방에 따라 '당산할머니', '진떼백이 서낭님', '거릿대 장군님', '대장군 영감님' 등으로 의인화하여 부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리 주둥이에 오리에게 먹이를 물어준다는 의미에서 물고기조각이나 나뭇가지를 걸쳐놓기도 하며, 심지어는 흰천 예단으로 감아놓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솟대의 어원은 신성불가침 지역인 '소도(蘇塗)'나 삼족제기(三足祭器)인 '솥(鼎)'과 같은 것으로, '소 따', 즉 '솟는 땅'에서 비롯된 말이라 할 수 있다. 즉 상고시대에는 한반도 전역에 신명(神明)이 나오는 땅이나 단술(醴泉)이 나오는 연화대(蓮花臺)가 곳곳에 있었는데, 이곳을 신성시하면서 금줄(神索)을 둘러치고 솟대를 세우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더구나 연화대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심한 균열이 생기면서 갈라져 무너지면서 일명 '너덜겅'이라는 돌밭이 되거나 봉긋한 돌무지를 이루는데, 문헌에서도 이같은 돌무지 위에 환웅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 연화대에서 나온 신명의 영향으로 환웅이 신인(神人)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 솟대와 장승을 반드시 돌무지 옆에 세우고 그 주변에 금줄을 둘러치는 이유가 바로 이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마치 고인돌의 무덤방을 이루었던 3개의 굄돌이나 받침돌처럼 3개의 솟대가 한 조를 이루거나 또는 3마리의 오리가 한 조를 이루는 형식들이 전해지는데, 이는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생노병사(生老病死)를 관장하는 여신(女神)으로 믿어온 '삼신(三神)할머니'라는 관념과 상통한다. 삼신할머니는 곧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신적인 존재를 말하는 것인데, 솟대가 세워진 소도(蘇塗) 또한 생명의 탄생과 관련된 것이어서 3개가 한 조를 이루는 형식은 이같은 삼위일체의 관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1. 전북 순창군 구림면 금창리(돌무지와 함께 있다) 2. 강원도 홍천군 동면 삼현리(장승 3개와 솟대 2개가 함께 모여있어, 2개의 손잡이와 세발달린 삼족제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3. 강릉시 초당동 솟대
(2001-03-14 작성, 2005-04-23 수정)
사진인용;
1. 황헌만 사진의 '장승', 열화당, 1993.
2. 송봉화 사진의 '솟대', 대원사, 1998.
3. 윤열수, 송봉화, 강헌구, 이태완 사진의 '장승과 벅수', 대원사, 1997.
솟대 만드는 방법
한반도 전통의 솟대는 시베리아나 알타이 지역의 오리 솟대와는 약간 다른 것으로, 대개 북방 지역의 오리 솟대는 매우 굵은 나무장대 끝에 형상이 분명하게 조각되어 있는 구상적(具象的)인 형태의 오리 또는 기러기 모습이 올려져 있지만, 그 반면에 한반도 전통의 것은 매우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조립하여 만든 것으로 오리를 극히 제한된 선으로 나타내어 추상적(抽象的)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솟대 오리의 소재는 어떤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가느다란 나뭇가지 중간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솟대 자체는 길이 2 ~ 3m 정도로 곧고 길다란 장대가 될 수 있는 것이면 아무 것이라도 상관없으며, 대나무도 당연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솟대 끝에 올려진 조합된 오리가 출렁거리면서 분해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같은 장대와 오리 소재를 마련하여 낫이나 칼로 나무거죽을 다듬어 껍질을 벗겨내는데, 나무거죽을 벗겨내지 않으면 미적인 효과도 없거니와 더군다나 거죽 속에 감추어진 속나무에서 습기가 빠져 나오지 못하여 고스란히 썩어가는 현상이 발생하니 절대적으로 솟대에서는 거죽을 벗겨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나무 표면을 다듬는데 그 성능과 미적인 효과면에서 한반도 고유의 굽어진 낫으로 살살 쳐내는 방법이 최고이다.
오리솟대는 나무를 접착제나 못을 써서 결합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무끼리 구멍을 만들어서 서로 끼워 맞추어놓은 조합식이어서 한 자리에서 바람과 냉온의 변화를 견뎌내면서 보통 수십년간 지속될 수 있는데, 이같은 형식과 구조면에서 시베리아 북방식보다 한결 우수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만큼 오리 자체를 매우 가볍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가느다란 선으로 오리 형상을 만드는 만큼 나뭇가지 자체의 모양을 이용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래서 대개는 나뭇가지의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부분을 이용하는데, 굵기는 대략 2 ~ 5cm 정도에 길이는 20 ~ 30cm 정도를 택하여 잘래내면 충분하게 만들 수 있다.
오리의 기본 구조는 수평의 몸체에 위아래를 관통하는 구멍을 앞뒤 2개를 뚫어 앞구멍에는 머리가 달린 길다란 모가지를 꽂아놓고, 뒷구멍에는 장대 끝을 가늘게 다듬어 꽂아 놓은 것이다. 이것이 '갈 지(之)'자 형식으로, 단지 뒷꽁지가 없는 관계로 불균형을 이루기에 대개는 Y자 모양을 뒷꽁지로 하고 그 앞으로 나무 중간과 앞쪽에 구멍을 뚫어 꽂아놓게 된다.
또한 오리의 머리 부분도 목과 분리하여 각각 또 다른 구멍을 뚫어 잇는 방법도 있으며, 또는 Y자 모양의 나뭇가지에서 한쪽 가지를 잘라 구부러진 모양 그대로 머리와 모가지로 쓰는 방법도 유용하다. 이럴 경우 구부러진 각도에 따라 하늘 높이 쳐다보는 형상이거나 또는 잔뜩 구부려서 앞을 보는 모습 등으로 다양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리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리를 만들 때 가장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은 모양 다듬기보다는 구멍 뚫기에 있다. 나뭇가지가 매우 가느다란 만큼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여기에 전동드릴도 매우 효과적이긴 하지만 의외로 쉽게 드릴의 날이 무뎌지니 차라리 수동으로 돌려서 구멍을 뚫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뾰족한 장대를 세우는 만큼 번개가 내리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리 선정을 해야 한다.
(2005-04-23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