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집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홍씨부인

소담이2 2006. 3. 2. 04:40

 

조선 철종때 광산김씨 김준의 처 홍씨부인이 있었다.
친정아버지 풍산 홍현모는 참봉 벼슬을 한 선비였다.
외동딸을 키워 혼인시킨 김준의 집은 지체만 높을 뿐 가난한 생활을 하고있었다.
그래도 친정집은 살만한 터라 한여름 곡식이 익어갈 무렵엔
친정집에 애들을 데리고 가있다가 초가을 과일이 익을 때쯤이면
먹을것을 꾸려 시댁에 갖고오는 것이 매년 반복되는 일이었다.

홍씨부인은 친정에서 뭔가를 계속 얻어가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홍씨부인의 어머니는 어렵게 사는 딸이 불쌍하기만 했기에 모든 것을 감내했다.
하루는 딸의 손을 만져보고 깜짝 놀랐다.
골무를 끼고 바느질을 한다지만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마디가
심하게 거칠어져 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고생하는 딸을 걱정하였다.
"너희는 언제 사정이 좋아진단 말이냐.."
"글쎄요.."

홍씨부인의 남편 김준은 머리가 좋지 못해 과거에 번번이 낙방을 했다.
홍씨부인이 둘째아이를 가졌을 때의 일이다.
남한강 나룻배에 장날이 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배에 몰려들었다.
달구지 소까지 실어나르던 건늘배는 소가 뒷발을 드는 바람에
배가 기울어지면서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

홍씨부인과 김준도 빠졌는데 이들은 꼭 껴안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사람들은 주검들을 주무르고 물을 토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자 만삭인 홍씨부인이 움직이더니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남편도 곧 입을 움직이더니 정신을 차렸다.
이를 본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호를 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뒤 홍씨부인은 친정을 가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 집안을 일으키기로 결심하고 바느질과 길쌈에 온 힘을 기울였다.

씨아로 빼낸 목화씨를 수렁에 보관하고 여름날 목화밭 매는 일과
활을 튕겨 솜을 타는 일이며 물레에서 실뽑는 일,
베틀로 무명짜기, 무늬내기 등 홍씨부인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바느질 솜씨도 좋아 일감이 밀려들었다.

이에 반해 남편은 사고 이후 가슴앓이로 공부도 집어치우고 놀고만 있었다.
홍씨부인은 집안일은 말할 것도 없고 남편의 약값까지 벌어야 했다.
여기에 시부모의 병수발까지.. 그녀의 고행은 계속되었다.

결국 홍씨부인의 노력으로 시댁의 형편이 좋아졌고,
이제는 친정에 많은 선물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홍씨부인은 물에 빠졌을 때 입고있던 옷을 사당에 모셔두고 소중하게 여겼다.
사고당할 날을 다시 태어난 날이라 생각하고 죽는날까지 열심히 살았다.

우리나라 옛 여인네들이 집안을 위하는 노력과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라 생각하고 소개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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