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께서 소박한 생활로 항상 업드려 시를 쓰셨기에 겨울이면 속내의가 팔꿈치와 무릎이 잘 헤어진다고 들었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윤사월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산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가정(家庭)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박목월 [1916
~ 1978]
본명 : 영종(泳鍾). 경상북도 경주 출신. 1935년 대구의 계성중학교를 졸업 46년 무렵부터 교직에 종사
47년 한국문필가협회 상임위원 1933년 《어린이》지에 동시<통딱딱 통딱딱>이 특선 같은 해 《신가정(新家庭)》지에 동요
<제비맞이>가 당선된 이후 많은 동시를 씀 55년 시집 《산도화(山桃花, 1954)》로 제3회아시아자유문학상, 68년
《청담(晴曇)》으로 대한민국문예상 본상(本賞) 등을 수상 수필집 :《구름의 서정(1956)》 《토요일의 밤하늘(19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