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꽃
김춘수(<현대문학> 9호, 1955.9)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의미가) 되고 싶다.
1922 경남충무출생
1946 "애가"를 발표하고 시작활동을 함.
1948 첫시집 [구름과 薔薇] 간행
1950 제2시집 [늪] 간행
1951 제3시집 [旗] 간행
1953 제4시집
[隣人] 간행
1958 [한국 현대시 형태론](해동문화사) 간행.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59 시집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간행. 제7회 자유아세아문학상 수상
1961 [시론] 간행
1964 78년까지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
1969 시집 [타령조 기타] 간행
1974 시선집 [처용] 간행
1977 시선집 [꽃의 소묘], 시집 [남천] 간행
1979 시론집 [시의 표정], 수상집 [오지 않는 저녁] 간행. 81년까지 영남대 교수로 재직
1980 시집 [비에 젖은 달]
간행
1981 국회의원 피선. 예술원 회원
1982 시선집 [처용 이후] 간행
1986 [김춘수 전집](문장사) 간행
2004.11월 29일 타계
김 시인께서 타계 하시기전 모 여대 강당에서 마지막이 된 강연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