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스크랩] 역사의 아픔 보듬고 타오르는 섬, 강화도

소담이2 2006. 1. 13. 16:29

 

 

 

 

[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50] 강화도


역사의 상흔 보듬고 환장하게 타오르는 섬, 강화도

굴곡의 역사와 함께 숨쉬는 올망졸망한 농어촌의 풍경


서울과 가까운 곳, 승용차로 당도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섬 아닌 섬 강화도. 강화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가장 큰 섬이다. 최고로 높은 곳은 마니산(摩尼山:468m). 이곳은 동서남북의 들과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400년경 고구려 영토였던 강화도는 1895년 강화군으로 100년 후인 1995년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통합되었다.


본래 강화도는 김포반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구릉성 섬으로 분리된 것. 그러다가 한강과 임진강에서 유출되는 토사가 쌓이면서 다시 김포반도와 연결되었고 한강에서 물줄기가 갈라지면서 김포와 강화 사이 해협이 만들어지고 강화도는 다시 섬이 되었다. 그러니 강화도는 태생적 비밀부터 다사다난한 역사의 흔적을 가진 섬이다.


강화도 앞바다 물결은 지금의 성산대교 앞까지 밀려왔다. 자유로 주변에 아직도 갯벌 잔등이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생태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사람들이 강화도를 찾는 일은 서울 앞바다에 일렁이는 조상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강화도 가는 길은 벌판이 먼저 나와 여행객을 맞는다. 이곳은 유기농의 터전이다. 죄다 갯벌을 간척한 땅이다. 논바닥 아래로 바다의 숨결이, 뻘강의 호흡소리가 고스란히 젖어 들고 있다.


그렇게 평온한 듯 애잔한 강화도는 애당초 굴곡의 세월이 녹아든 땅이다. 그래서 강화도 길은 툭 트인가 싶으면 굴절의 모퉁이가 나오고 휘어지면서 호락호락 하지 지리적 환경을 보여준다. 그런 길을 역사의 숨결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99㎞에 이르는 해안선마다 역사의 굴곡만큼이나 많은 여러 문화유산이 그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강화도는 긴 역사 속에서 한민족의 땀방울과 애환을 다독이면서 한편으로는 현대의 후예들과 동시 교통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강화도는 역사와 문화, 생태환경이 3박자를 이루는 섬이다.


강화도 가장 아랫도리에 위치한 마니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린다. 첨성단의 단군 이야기가 서린 곳이다. 매년 개천절이면 언론의 포커스가 되는 곳이다. 918개의 돌계단을 다 올라서면 서해의 올망졸망한 섬과 평화로운 바다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화도 역사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39년 간 몽고에 대항한 흔적이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구한말 외세침략의 아픈 흔적이 너무 깊게 패여 있기에 풀 한 포기에서 불어오는 바람결도 애잔하다. 돌멩이 하나 함부로 할 수 없음은 곳곳에 버티고 선 고인돌이 귀중한 청동기 역사유물인 탓이다.


몽골 침입이 있자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해 지은 고려궁지, 몽골 2차 침입에 대항해 만든 토성인 강화산성. 병자호란 때 파괴돼 다시 짓는 아픔의 흔적이 서려 있다. 프랑스 미국 일본의 잇따른 강화도 진격 앞에서 우리 수비군들이 화포를 맹렬히 쏘아대며 대항했던 초지진. 곳곳에 포탄 자욱이 선명한 돈대 중앙에는 그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 1문과 아직 죽지 않는 노병의 기개로 서 있는 한 그루의 노송은 그 때의 상흔을 해풍을 맞으며 다독이고 있었다.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고려산 아래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120여기가 산재해 있다. 이 때문에 강화도에서는 고인돌 축제를 여는데 청소년들에게 생생한 역사현장 체험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축제는 원시생활체험, 미니움집 만들기 맘모스를 잡아라, 원시인으로 분장해서 원시인과 사진찍기, 고인돌 역사교실, 고인돌 영화제, 설화 연극, 용두레질노래, 강화두레농악을 비롯 강화역사기행, 갯벌탐험 등 매우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 들이다.


또한 고려산의 가을 억새밭도 볼거리이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강화 8경 가운데 하나이다. 바다에서 직접 노을을 보고 싶다면 외포리로 가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석모도 행 철부선을 타는 게 좋다. 석모도는 서해안 3대 일몰 중 하나로 온통 바다와 섬을 짙게 물들여 해안가의 여행객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다.


석모도처럼 강화도는 갯벌이 풍부한 곳이다.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쉽게 만들 것은/아무 것도 없다는/물컹물컹한 말씀이다/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조금 한 물 두 물/사리 한 깨끼 대 깨끼/소금물로 개고 또 개는/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한민복 시인의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라는 시의 감탄처럼 여행객들은 거대한 뻘밭 풍경에 압도된다. 특히 뻘밭으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장화리도 낙조마을로 유명하다. 유난히 칼라가 짙은 게 특징이다. 이곳은 천연기념물이고 세계자연기금과 아시아 습지 보호협약 목록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광활한 갯벌은 그대로 감동이다. 뻘밭을 환장하게 불태우는 노을 풍경화는 보지 않고서는 설명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장관이요 신비 그자체이다. 그러니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강화도는 이처럼 아담하고 정겨운 포구, 포구에 둘러싸인 그만그만한 어촌 풍경과 무인도와 어우러져 있다. 섬 안에는 섬이랄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들판과 산세는 사계절마다 그 맛이 달라 자주가도 풍경은 다른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이산 반대쪽에 있는 정수사는 선덕여왕 때 지은 것으로 암자에 가까운 산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산문(山門)으로 들어서는 울창한 숲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절 이름처럼 물이 맑은 샘이 마당에 있다. 쪽박으로 한 바가지 떠서 마실 찰나에 그 쪽박 물에 어리는 산세와 아담한 공간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보물인 대웅전의 아름다운 창살도 눈길을 끈다. 활짝 핀 모란과 장미의 모양새를 목각으로 깎아 만든 청황홍녹색의 네 가지 색의 저화도 신비로운 볼거리이다.


천년고찰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정족산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들어가는 성문부터 볼거리인 데 뒤돌아서서 그 타원형의 성문을 통해 밖의 숲 풍경을 바라보면 풍경액자처럼 이색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비좁은 대웅보전은 보물이다. 반드시 눈에 들어 올려 대웅전 추녀 밑을 들어다 보라. 추녀 틈새에 회귀한 조각상이 있다. 시인 고은은 “옛날 도편수께서/딴 사내와 달아난/온수리 술집 애인을 새겨/냅다 대웅전 추녀끝에 새겨놓고 /네 이년 세세생생/이렇게 벌 받으라고/그 저주가/어느 덧 하이얀 사랑으로 바뀌어”라고 노래한 바 있다. 시인은 순정을 배반한 나부(裸婦)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어떤 이는 귀신을 쫓는 동물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처마를 버티고 선 재치와 익살의 서민의 모습으로 해독하기도 한다. 아무튼 추녀 위도 아닌 추녀 밑에 있는 이 조각상을 보고 있노라면 알 듯 모를 듯 우리 조상의 예술혼에 고개 숙인다. 이런저런 문화유산이 많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산사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강화도는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이규보, 권율, 김교창, 이건창, 김상용, 양헌수 등등. 국가 지정 문화재만도 보물 제 10호인 오층석탑을 비롯 25점이 있고 지방 지정 문화재, 설화와 민요, 씨름굿, 안택굿, 별신굿 등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비는 의례도 전해져 온다. 


강화도는 기후가 온화하여 남해안 섬들처럼 동백나무, 초피나무, 비목나무 등 난대림이 자생한다. 갑곶리 탱자나무, 사기리 탱자나무는 천연기념물이다. 산세가 험준하지는 않으면서 간척사업으로 인해 넓은 평지가 발달한 것도 강화도의 특징인 데 그래서 벼농사가 활발하다. 어업을 하는 주민들의 경우 민어, 밴댕이, 새우, 꽃게, 조개류 등 풍부한 해산물을 수확하여 생활수준이 높은 편이다.


특히 팽이처럼 생긴 순무는 적색이 감돌고 동그랗게 생겨 먹음직스럽다. 고소하고 겨자향의 독특한 인삼 맛이 특징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순무가 오장에 이롭고 이뇨, 소화, 종기 치료는 물론 만취 후 갈증해소에 특효이고 씨는 특히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황달을 치료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순무에 늙은 호박 그리고 회를 뜨고 남은 자투리 생선들을 넣어 담그는데 이를 순무김치라 부른다. 강화도 특산물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개통된 강화초지대교는 길상면 초지리와 김포시 대곶면 약암리를 잇는 1.2㎞ 왕복 4차선 다리. 이 다리는 강화도 품으로 가는 길을 넓혀주고 시간을 앞당겨 주었다. 바다 위로 펼쳐진 다리는 노을에 젖어들거나 야간 조명을 만나면 환상적인 실루엣 풍을 연출한다. 이 다리는 광성보, 마니산, 전등사 등이 있는 강화도 남단으로 이어져 강화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편리를 돕고 있다.


● 강화도로 가는 길

1. 대중교통

강화-서울방면 노선: 강화운수 (032)933-2533, 934-9811

강화-인천방면(70번, 90, 120번): 선진버스 (032)933-6801

강화-인천방면(700번, 701번): 강인여객 (032)578-1738

2. 승용차

올림픽대로개화IC(48번국도)→김포→강화읍(김포공항-강화군청50km)

3, 자세한 문의: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012 


글․사진: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출처 : 취미/생활
글쓴이 : 한방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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