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과 연인 베아트리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베아트리체가 갑자기 죽자 단테는 〈신곡〉을 쓰기 시작했다. 39살이던
1304년부터 1313년까지 8년 동안 1·2부인 ‘지옥계’와 ‘연옥계’ 를 썼고, ‘천당계’는 1315년부터 1321년까지 생애 마지막 7년
동안 집필됐다. 〈신곡〉은 이성과 낭만, 현실과 환상, 시와 과학 등 중세 그리스트교적인 사상과 르네상스의 인본주의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전개된다.
단테가 그린 지옥의 모습은 삼각형을 거꾸로 놓은 형태다. 정상은 지 표에서 시작하고, 맨 밑은 지구 중심이다. 지옥은
9층으로 나뉘어졌 는데 각 층은 죄질에 따라 구별된다. 지옥에 떨어진 혼일지라도 이승 의 죄를 철저히 단죄받는 셈이다. 맨 아래층엔 천국에서
추방당한 루 치훼가 자리잡고 있다. 지옥 순례에 나선 단테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 베르길리 우스의 안내를 받으며 24시간 동안 지옥에
머문 뒤 21시간에 걸쳐 남반구의 지상으로 올라온다. 이승에 돌아오자마자 단테는 곧바로 연옥을 향한다.
연옥은 바다 한가운데
돌출한 분화산처럼 생겼다. 인정과 현실이 죽 음과 혼재해 이승과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속죄의 세계다.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던 지옥과 달리 연옥은
밤낮이 존재한다. 여기서 벌을 받 는 인간들은 경범죄를 저질렀을 뿐 교회에서 규정한 구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자는 아니다. 다만 이곳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막연히 기다리는 정거장쯤으로 묘사돼 전체적인 분위기가 처량하다. 대신 희 망이 있어서 그런지 지구보다 더 활기가 넘친다.
연옥에서 만 3일을 지낸 단테는 인간의 승리를 상징하는 천국으로 향한다.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천국 입구까지 동행한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도교 교리에 따라 세례를 받지 않아 천당에 들어갈 수 없어 단테와 헤어진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3일 동안 천국을 돌아 다닌다.
천국은 춤과 노래의 나라다. 광명만 존재해 어둠과 밤이 없 다. 천국의 모든 성인은 회전하는 9개 층에 각각 자리잡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과 관현악의 조화는 신의 정의란 질서를 가르쳐준다.
중세 고딕 건축양식처럼 웅대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신곡〉의 형 식은
단테의 종교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3부로 구성됐 고, 각부는 33장으로 나뉘어 모두 99장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지옥 계’의
서장을 더하면 딱 100장이 된다. 3이란 숫자는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신앙에서 나왔고, 100은 10의 제곱이며, 10은 3의 제곱에 일을
합해서 이뤄진 완전수로 단테는 생각했다. 음률도 3행으로 구성 돼 총 수가 1,423행이다.
베아트리체 (Beatrice)
이탈리아 중세 말기의 시인 A. 단테가 《신생》 《신곡》 등에서 시적으로 묘사한 여성. 청신체파의 대표적 시문집 《신생》에서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각각 9살 때에 처음 만나고 다시 9년 뒤 우연히 만나 단테는 시적 영감을 받으나, 그녀는 곧 죽고 만다.
단테 ( Alighieri Dante 1265 ~1321 ) 이탈리아 최대의 시인.
신곡
단테
줄거리
35세가 되던 해 단테는 어두운 숲 속을 헤매다가 짐승들에게 앞을 가로막혀
절망에 빠져 있던 중,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그로부터 지옥,연옥,천국을 보여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아홉 개의 권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옥(地獄)'에서 그들은 신앙을 갖지 못한 자, 애욕에 사로잡힌 자, 욕심쟁이, 구두쇠와 낭비벽의 죄인, 분노죄를 범한 죄인, 이단자들,
자살자, 사기범, 반역자들이 고초를 받는 참상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일곱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연옥(煉獄)'에서는 거만한 자들,
질투죄를 범한 자들, 분노죄를 범한 자들, 태만한 자들, 탐욕죄를 범한 자들, 음식과 육욕을 탐욕한 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연옥을 통과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져 `천국(天國)'으로 향한다.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초원에는 꽃이 만발하고 레테의 강이 흐른다. 황금의 촛대를 선두로
신비로운 행렬이 다가오는데, 천사가 꽃을 뿌리는 꽃구름 속에 베아트리체가 나타난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10개의 하늘을 차례차례
둘러 본다. 베아트리체는 이제 자기 자리로 가고, 성 베르나르트의 도움으로 드디어 아베마리아 성가가 울리는 가운데 단테는 신의 성스러운 얼굴을
뵙게 되고, 삼위 일체의 깊은 이치를 깨닫고 지복의 경지에 이른다.
제1곡
생의 절반을 보낸 나는 올바른 길을 잃고
홀로 어두운 숲 속에 서 있었다.
아, 그토록 음산하고 울창하며 험한 그 숲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
생각만 해도 두렵고 죽음 못지않게 괴롭지만, 거기서 찾아낸 행복을 알리기 위해 익히 보아 둔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리라.
나 어떻게 해서 그 숲으로 들어섰는지 알 수 없지만 올바른 길을 버렸을 때, 그토록 깊은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어느 언덕 기슭, 내 마음을 공포로 쥐어짜던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우러러 높이 바라보니,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커다란 유성(遊星)빛이 산기슭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그토록 고달프게 지새던 밤, 가슴 깊이 소용돌이치던 두려움이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
마치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다를 벗어나 뭍으로 헤어나온 사람이 무시무시한 바다를 뒤돌아보는 것처럼,
나 도망치고픈 마음에, 산 사람을 돌려보낸 적이 없는 그 길을 되살펴 보려고 몸을 뒤로 돌렸다.
지쳐 잠시 쉰 다음
다시 황량한 비탈길을 걸어갔으나 뒷다리가 내내 뻣뻣하였다. 그러나 보라 ! 오르막길에 접어들었을 때 나타난 날렵하고 민첩한 표범 한 마리를.
내 앞에서 떠나지 않고, 갈 길을 가로막았으므로 나는 몇 차례나 되돌아 가려고 했었다.
날이 밝을 무렵이라 태양이
별들과 함께 떠오르고 있었으니, 그 별들은 태초에 하느님의 사랑이 그 아름다운 별들을 창조하였을 때도 여전히 태양과 함께 있었더니라.
이 성스러운 시간, 이 맑은 계절은 사나운 점박이 짐승에 대한 공포를 감싸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놓기에는 아직
일렀으니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자 한 마리 나타나 앞을 막으며 금시라도 덤벼들듯 머리를 번쩍 치켜들고 울부짖는 모습에,
대기(大氣)도 두려워 떠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나타난 암늑대 한 마리
피에 굶주려 비쩍 마른 모습이 모르긴 해도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화를 입혔으리라.
그 흉포한 모습에 혼비백산한 나 언덕에 오를 희망을 잃고 말았으니.
마치
재물을 모으는 데만 마음을 쏟던 자가 그 재물을 잃고 비통에 잠겨 눈물 흘리듯 힘센 짐승이 다가와 점점 해가 비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협곡으로 쫓길 때 눈앞에 한 사람 나타났으니
그는 오랜 침묵으로 목이 잔뜩 잠겨 있었다.
쓸쓸한 황야에서 본 그가 반갑기 그지없어 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노라.
"살려 주시오. 그대 살아 있는 사람이든
환영이든 아무래도 좋으니, 나를 살려 주시오." 지금은 사람이 아니지만, 먼 옛날 사람이었지. 어버이는 롬바르디아 출신이며, 두 분의 고향은
만토바였네.
나는 율리우스 케사르 시대 후기에 태어나 어진 임금 아우구스투스 치세(治世)의 로마에서 살았노라.
허위와 가식 투성이인 이교(異敎)의 신들이 판을 치던 시대, 자신만만하던 일리온의 성이 불타 버린 후 시인이었던 나는 트로이아에서
온 안키세스의 정의로운 아들을 찬송했었지.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온갖 기쁨의 출발이요, 원천인 저 환락의 산에 오르지 않고 이
고통스러운 곳으로 되돌아오느냐 ?
"그러면 당신이 바로 저 범람하는 강물처럼 시구(詩句)를 퍼부으시던 베르길리우스이신가요?"
하고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이었다.
"오, 모든 시인의 영예이며 빛이신 그대여. 나는 오랫동안 한결 같은
애정을 기울여 당신의 시집을 읽었나니, 그대 나의 참 스승이요 귀감이시나이다.
나에게 영예를 안겨 준 아름다운 문체는 오직
그대에게서 배운 것일뿐.
보십시오, 저 맹수들을 !
나 저놈들에게 쫓겨 예까지 왔으니
오, 내 영혼의
구세주시여 ! 저 짐승들로부터 지켜 주십시오.
저놈들로 하여 나의 온 핏줄과 맥박이 부르르 떨리나이다."
그는 눈물
글썽한 나를 보고 대답하기를,
"이 숲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 누구나 다른 길을 가야 하느니 저기 네 앞에 저 맹수는 누구든 자기
길을 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나중에는 죽음을 안겨줄 것이다.
피에 굶주린 저 놈들은 아무리 먹어도 만족을 모르나니, 먹기 전보다
먹고 난 후에 더 배고파한다.
저 놈들과 비슷한 짐승들은 비일비재하나니, 사냥개가 나타나 물어 죽일 때까지 놈들의 수는 더욱
늘어나리라.
그 사냥개는 대지의 산물이나 약탈물이 아닌, 지혜와 사랑과 덕을 양식으로 삼으리니, 그의 고향은 펠토르와 펠토르
사이에 위치하리라.
그는 처녀 카밀라와 에우리알로스, 투르누스, 그리고 니소스가 상처를 입고 죽어간 저 가엾은 이탈리아의 구원이
되리라.
병든 자만심의 모든 지방을 사냥하여 늑대들을 지옥으로 몰아 넣으리니, 그리로부터 마왕의 질투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내
보낸 것이다.
그러므로 너 자신을 위하건대 나를 따르리라. 내 너를 이끌어 이곳으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안내하리라
그곳에서 너는 절망의 외침을 들을 것이며 끝없는 고통 속에 제2의 죽음을 애원하는 조상들의 지친 영혼을 보게 되리라.
다음으로 너는 불길 속에서 그런대로 만족해 하는 영혼들을 볼 것이니 때가 되면 축복받은 영혼들 사이로 옮겨갈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니라.
네가 여전히 그곳으로 오르기를 원한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영혼이 너를 인도하도록, 너와 작별하기 전에 그 분에게 너를
맡기겠노라.
그 까닭은 하늘을 지배하는 황제께서, 율법을 어겼다 하여 나 같은 자의 안내를 받아 천국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황제는 물과 공기와 대지를 지배하며 그곳에는 궁전이 있고, 보좌(寶座)가 있나니 황제가 택하는 자 행복하리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시인이시여, 당신이 생전에 모르셨던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하나니 이 재앙과 더욱 큰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방금 말씀하신 곳으로 나를 인도해 주십시오. 바라옵건대 나로 하여금 성(聖) 베드로의 문과 방금 말씀하신 비참한 자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발걸음을 떼어 놓기 시작했고, 나는 그를 따라갔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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