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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러시아 작가이다. 최근 야스나야 폴라나에서는 당대의 톨스토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각국의 번역가들이 모여 세미나를
개최해 관심을 모았다. 총 8개국에서 16명의 번역가들이 참가하였으며 야스나야 폴라나의 서정적이고 고풍스런 분위기는 이들의 토론을 더욱 열띠게
만들었다.
톨스토이가 영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862년이었다. 『유년시절』을 시작으로 『카자흐 사람들』, 『세바토폴 이야기』 등이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1880년대에 들어서자 국외
독자들의 톨스토이 사랑은 절정에 이르렀고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의 번역본이 동시에 일곱 편이나 등장했고 『전쟁과 평화』가 그
뒤를 이었다. |
야스나야 폴라나 박물관의 연구원인
갈리나 알렉세예바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었다고 한다. 다만 종교적 저술의 경우에는 꽤 깐깐한 태도를
유지했다. 오늘날 톨스토이의 철학과 종교 관련 작품들의 일부는 잊혀졌다. 프랑스 번역가인 미셸 오크투르외는 특히 유럽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이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의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높았다. 번역문화가 꽃핀 프랑스의 경우 거의 매년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크로이체르 소나타』 같은 작품들의 새로운 번역본이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번역가들은 묘사의
정밀성이야말로 톨스토이 작품의 특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긴 소설들을 편집하거나 축약해 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는 식으로 개작
번역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자하로프’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버전’의 『전쟁과 평화』를 출간했는데 이는 사실
1805년도에 씌어진 『전쟁과 평화』의 초고였고 독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온 번역가인 셀마
안시라는 톨스토이의 일기를 스페인어로 번역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톨스토이의 일기를 번역하겠다고 하자 출판사 측에서는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셈이냐며 공포에 질렸지요. 하지만 톨스토이의 일기는 3개월 만에 초판이 매진되었고 언론사들은 이를 센세이션처럼 다뤘어요.
스페인어권에서는 톨스토이가 일기를 남겼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거든요. 출판사 측에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지금 저는 톨스토이의
서한들을 번역하고 있지요.”
셀마는 각국의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번역 작업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는 ‘하쟈이스트보’라는 어휘를 즐겨 쓰는데 이는 ‘경제, 살림, 경영’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의 지주문화와 농업 경제 등과 연관되어 있는 다의적 어휘이기 때문에 외국어에는 이에 정확히
대응되는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과연 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 것인가. 각국의 번역가들은 서로에게 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했는지 묻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헝가리의 지크문트 게렌차르와
루마니아의 아우렐리 부이추크는 최근 동유럽 문학계의 경향을 알려준다. 동유럽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10여 년 동안 톨스토이 등의 러시아 문학이
완전히 잊혀졌으나 최근 들어 진정한 톨스토이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불멸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