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動動)
작가 미상
德(덕)으란 곰배예 받잡고, 福(복)으란 림배예 받잡고,
德이여 福이라 호날 나사라 오소이다.
아으 動動(동동)다리.
[덕은 뒤에(뒷잔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앞잔에) 바치옵고,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송도(頌禱) - 덕과
복을 빎
正月(정월)ㅅ 나릿므른 아으 어져 녹져 하논대.
누릿 가온대 나곤 몸하 하올로 녈셔.
아으 動動다리.
[정월의 시냇물이 아아 얼려 녹으려 하면서 봄이 다가오는데,
세상 가운데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고독(孤獨)
- 홀로 살아가는 외로움
二月(이월)ㅅ 보로매, 아으 노피 현 燈(등)人블 다호라.
萬人(만인) 비취실 즈시샷다.
아으 動動다리.
[2월 보름에 아아 높이 켜 놓은 연등(燃燈) 등불과 같은 임이여,
만인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송축(頌祝) - 빼어난 임의
모습
三月(삼월) 나며 開(개)한 아으 滿春(만춘) 달욋고지여.
나매 브롤 즈슬 디뎌 나샷다.
아으 動動다리.
[3월이 지나며 피어난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 같은 임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나셨도다]
⇒송축(頌祝) -
아름다운 임의 모습
四月(사월) 아니 니저 아으 오실셔 곳고리새여.
므슴다 錄事(녹사)니만 녯 나랄 닛고신뎌.
아으 動動다리.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벼슬이름)님은 옛날(옛날의 나)을 잊고 계신가]
⇒애련(哀憐)
-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
五月(오월) 五日(오일)애, 아으 수릿날 아참 藥(약)은
즈믄 핼 長存(장존)하샬 藥이라 받잡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5월 5일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시게 할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기원(祈願) - 임에 대한 축수(祝壽)
六月(유월)ㅅ 보로매 아으 별해 바룐 빗 다호라.
도라보실 니믈 О?좃니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버랑에 버린 빗과 같은 이 내 신세여.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좇아가옵니다]
⇒애련(哀戀) - 버린
임을 사모함
七月(칠월)ㅅ 보로매 아으 百種(백종) 排(배)하야 두고,
니믈 한 대 녀가져 願(원)을 비삽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7월 보름(백중)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연정(戀情) - 임과 함께 살고
싶은 욕망
八月(팔월)ㅅ 보로만 아으 嘉排(가배) 나라마란,
니믈 뫼셔 녀곤 오날날 嘉俳샷다.
아으 動動다리.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위 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살아가는 바로 그 날이 내게는 한가윗날입니다]
⇒연모(戀慕) - 임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
九月(구월) 九日(구일)애 아으 藥이라 먹논 黃花(황화)
고지 안해 드니 새셔 가만하얘라.
아으 動動다리.
[9월 9일, 중양절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나]
⇒적요(寂寥) - 임이 없는
쓸쓸함
十月(시월)애 아으 져미연 바랏 다호라.
것거 바리신 後(후)에 디니실 한 부니 업스샷다.
아으 動動다리.
[10월에 아아 잘게 썬 보리나무 같은 내 신세여.
꺾어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애련(哀戀) - 버림을 받은
슬픔
十一月(십일월)ㅅ 봉당 자리예 아으 汗衫(한삼) 두퍼 누워
슬할사라온뎌 고우닐 스싀옴 녈셔.
아으 動動다리.
[11월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우니,
슬프도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구나]
⇒애련(哀戀) - 외로이
살아가는 슬픔
十二月(십이월)ㅅ 분디남가로 갓곤 아으 나살 盤(반)잇 져 다호라.
니믜 알패 드러 얼이노니 소니 가재다
므라삽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12월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의 젓가락 같은 내 신세여.
임의 앞에다가 가지런히 놓았는데 엉뚱하게 손님이 가져다
뭅니다.]
⇒애련(哀戀) - 임과 인연을 맺지 못한 한(恨)
<악학궤범(樂學軌範)>
이해와 감상
'동동'은 다른
고려 속요와는 달리 월령체(月令體), 곧 달거리 형식의 노래로서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이런 형식의 노래로는 '동동' 외에 '관등가(觀燈歌)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가 있고, 민요에 '청상요(靑孀謠)'가 있다. 또, 조선 성종 때의 문인 성현(成俔)이 지은
'전가사십이수(田家詞十二首)'와 같은 한시도 있다.달거리의 특징은 농경 생활이 반영되어 있으며, 세시기(歲時記)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전 13연으로 이별한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제1연만은 임을 송도(頌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노래는 달이 바뀜에 따라 연으로 구분되고, 한 연이 끝날 때마다 여음이 나타난다. 서정적 자아는 여성이며, 임은 남성이다. 전 13연으로 된 이 노래는 국문학사상 최초의 달거리 노래(월령체)이다. 분연체 형식과 후렴구 사용 등 고려 속요의 일반적인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정감을 노래하고 있는 연가풍의 노래인데, 12개월의 특성에 맞춰 송축과 찬양,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과 한탄, 고독과 애절한 그리움, 함께 살아가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 등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제 1연 (서사)의 내용은 임금에
대한 송축의 의미가 짙은 것으로 보아 이 노래가 궁중에서 불려졌던 의식가(儀式歌)였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민요의 달거리는 달마다 세시풍속을 노래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데, '동동'의 경우 세시 풍속이 달마다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2월은 연등, 5월은 단오, 6월은 유두, 7월은 백중, 8월은 추석, 9월은 중양을 각각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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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국어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