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슬픈 아랑의 이야기

소담이2 2006. 1. 22. 18:24


 

 

조선 중종 때(1530년대) 밀양 영남루를 배경으로 애절한 전설이 하나 있다.
아랑이라 불리우는 윤씨 낭자의 애절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랑은 서울 선비 집안의 딸로 아버지가 밀양부사로 부임하면서 밀양에 오게 되었다.
아랑의 부드럽고 상냥한 한양 말씨는 억센 사투리를 쓰는 밀양에선
꾀꼬리 소리처럼 여겨졌고 외모 또한 뛰어났다.
여기에 양가집 규수한테 요구되는 교양과 학식을 갖췄으며 성품까지도 좋았다.

한편 밀양에는 '주기'라고 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성품이 매우 사나운 벼슬아치로 아랑을 보고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어느날 주기는 아랑의 유모에게 많은 뇌물을 주고는
아랑을 영남루로 데리고 나오도록 일을 꾸몄다.
유모는 달빛 밝은 보름날에 영남루에 올라가 달을 구경하면 복을 받는다고
하면서 아랑한테 달맞이 갈 것을 재촉했다.

이에 아랑은 아무 의심없이 유모를 따라나섰고,
당시 여인네들의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 상황에서
밤에 몰래 외출한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다.

영남루에 오르면 남쪽으로는 언덕이 있고 그 아래로 밀양강이 흘렀다.
그 언덕에는 대나무밭이 울창했는데, 주기는 이 안에 숨어있었다.

아랑이 달빛에 넋을 잃고 있을 때 유모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고,
주기가 윤낭자한테 다가갔다.
"아랑 낭자,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내의 목소리에 아랑은 깜짝 놀랐지만 아버지의 부하라는 것을 알고는
다소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유모가 나타나지 않자
아랑은 두려움과 무서움에 젖게 되었다.

이런 아랑의 손목을 덥썩 잡는 주기. 아랑은 놀라 유모를 불렀으나
주기가 억섹 손으로 아랑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랑은 어떻게든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했으나
힘센 사내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주기는 아랑을 안고 대나무밭 깊숙히 들어갔다.
아랑이 있는 힘을 다해 반항을 하자 주기는 칼을 들고 위협했다.
헌데 아랑이 칼을 무서워하지 않고 반항을 계속 하자 주기는 아랑의 팔을 찔렀다.
그래도 아랑이 반항을 멈추지 않자 끝내는 아랑을 죽이고 말았다.

주기는 아랑의 주검을 그냥 묻어버리고, 아랑은 마을에서 사라졌다.
이에 죄책감을 가진 유모도 자취를 감춰버리고, 아랑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딸과 유모가 하루아침에 같이 사라져버렸으니 그럴만도 했다.

영남루의 뜰에는 피자국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로썬 피만 가지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었고, 아랑의 주검도 찾아내지 못했다.

곱게 기른 딸을 잃은 잃은 밀양부사는 실성한 사람처럼 넋을 잃고 슬픔에 빠졌다.
딸을 해한 범인을 잡기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 끝내 부사 자리도 사직한 채 서울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뒤에 새로운 부사가 부임을 해왔다. 헌데 새로 온 부사마다
이름모를 병으로 앓다가 죽어갔다. 여기에 지나가던 나그네가 영남루에서 자다가
횡사하는 일도 일어나자 영남루 터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이진사라는 사람이 소문을 듣고 영남루를 찾아왔다.
한밤중이 되자 바람이 일더니 촛불이 꺼졌다.
그리고는 긴 머리에 소복을 입은 여인이 목에 깔이 꽂힌 채
붉은 기를 들고 나타났다.

본래 담이 크고 용감했던 이진사였지만 여인을 보자 무서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귀신이냐, 사람이냐. 사연이 있으면 말을 해보거라."
이진시가 묻자 여인은 하염없이 울다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누구도 내 원수를 갚아주지 않아 이 깃발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 원수가 누구란 말이냐?"

여인은 붉은 깃발을 내보이며 대답했다. "이 놈입니다.."
이에 이진사는 범인의 이름을 추리해냈다.
"붉은 기.. 붉은 기라.. 그럼 붉을 주(朱)와 깃발 기(旗)자의 이름을 가진 자인가.."

이진사는 관속 명부를 뒤져보고 실제로 '주기'라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때가 중종의 다음인 명종 임금 때였다.

이진사의 보고는 명종임금한테까지 들어갔다.
명종은 새로 부임한 밀양부사한테 이 일을 알렸다.
새 밀양부사는 부임기념 잔치를 벌이는 자리에서 좌중을 향해 말했다.
"여기에 주기라는 관속이 있느냐?"

얼떨결에 지목을 당한 주기는 대답을 했다. "네, 저 올습니다."
그러자 밀양부사는 그를 당장 감옥에 가두라고 지시했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이 놈! 네가 네 죄를 알렸다!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주기는 자기의 죄가 어떻게 탄로났는지 물을 새도 없이
모든 것을 자백하고는 곧 참수를 당했다.

그 뒤 사람들은 영남루 아래  대나무숲에 아랑사를 짓고,
그녀가 죽은 음력 4월 16일날 매년 아랑제를 지내며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혼을 달래고 있다.


- 아랑의 이야기는 밀양에 내려오는 가슴아픈 전설로, 조금씩 내용이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많은 이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오다보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표현이
여러가지로 나타난 것임을 독자분들은 유념하시기 바란다.

 
ps:
아랑의 그림은 밀양시의 소유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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