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성상, 신사임당

소담이2 2005. 11. 28. 04:31

 

 

1504년 10월 29일 신사임당이 태어나셨다.
댁은 강릉에서 멀지않은 오죽헌이었고
율곡 이이도 신사임당이 33세때 이곳에서 나았다.
신사임당은 다섯자매중 둘째였는데 아들 대신 부모를 모셨고 효심이 지극했다.

아버지 신명화는 집이 서울이었으나 어머니 이씨부인이 외동딸이라 친정부모를 모시고 동해바다의 풍경좋은 경포대 가까운 곳에 살게 된 것이었다.
신사임당의 시댁은 경기도 파주 또는 서울 삼청동이었으나 신사임당과 관련된 얘기는 오죽헌에서의 일이 대부분이다.

신사임당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하루는 오죽헌 앞뜰에서 잔치가 있었다. 많은 손님을 치루는 가운데 일가의 새댁 한사람이 음식을 나르다가 간장을 엎질러 치마가 엉망이 되었다. 진솔 비단치마를 버리게 되자 많은 손님들이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신사임당은 새댁의 치마를 벗게하고는 얼룩진 치마에 포도알이 탐스럽게 달린 포도를 그려주었다. 간장 범벅이었던 치마는 당장 값진 치마로 바뀌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는 늘 꽃과 풀에 반드시 곤충이 함께 등장했다. 경계색과 보호색의 관계 처리가 너무나 사실적이었기 때문에 병풍에 그린 그림을 보고 닭이나 새들이 실제로 착각하고 쪼는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헌데 이렇게 뛰어난 그림들이 임진왜란(1592년)을 거치는 동안 많이 유실되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얼마되지 않는다.

여성들을 가정에 묶어두고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던 조선사회는 여성한테 벗어날 수 없는 집안일과 육아의 굴레를 씌웠다. 신사임당 역시 4남 3녀의 어머니로서 힘겨운 가정주부의 삶을 살았으나 그 와중에서도 그림과 수예와 붓글씨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집을 간 사람이 친정일까지 걱정해야하는 입장이었던 신사임당은 안타까운 때가 많았다. 또 남편과 오래 떨어져 있으면 안좋은 소문이 생겨나는 것도 견뎌야 했다. 당시에는 남자가 첩을 갖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회였기에 신사임당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깊이 생각하였다.

"공자님이 유교의 이념을 세울때 여자를 한 사람이라도 참여시켰더라면 이랬을까.."

가족과 집안을 위해 여성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유교사상은 조선시대 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억압했다. 여인들의 목소리는 담장밖을 넘어서도 안되었고 밖에 나가려면 얼굴을 꼭꼭 가려야 했다. 지금의 시점에서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조선시대의 시대상이었다.

신사임당의 세째 아들 율곡 이이는 어머니에게서 훌륭한 성품과 여러 재주를 이어받았다. 어려서는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드리느라 사당에서 나오지 않기 일수였고, 어머니가 쓰는 붓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학문을 숭상하던 시대라 율곡이 그림을 그리면 집안에선 이를 매우 걱정스러워 했다.

신사임당은 남편이 한양의 수운판관으로 발령받게 되면서 고된 외지생활을 하게되었다. 하루는 남편이 마포강에서 출발하여 관서지방으로 가게되었는데 여기에 큰아들 선과 세째 율곡이 동행하였다.
남편과 두 아들을 출장보낸 신사임당은 상념에 젖었다.

'부드러운 촉감의 명주풀 솜을 손수 만져 옷을 만들어 입혀주신 어머니..
어머니 무릎 밑에서 바느질을 배우다 수를 놓게되고 수를 놓다보니 수본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의 시작이었지..
풀잎과 꽃 그리고 벌레들의 생명은 모든 삼라만상이 하나씩만 가지고 있는 법..
그림은 500년 간다고 하지? 한 500년간은 여인들의 지위가 이대로 갈 것 같구나.. 신라때는 여인들의 위상이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래야만 하는가..!'

신사임당은 1551년 5월 17일 출장간 식구들이 돌아온다던 그 날 몸져누운지 이삼일만에 48세의 한창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율곡은 임진강가에 어머님을 모시고 오죽헌에 계신 외할머니를 어머니처럼 공경하며 살았다. 그리고 학문에 열중하여 훗날 조선의 대학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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