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 도요
돈 있고 권력 있고 그럴듯해 보여도
외롭고 힘들긴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에겐 저마다 위로가 필요하다.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인 올해 첫 시집,
★약해지지 마(くじけないで)'★를 발간한
'시바타 도요'.
그녀의 시집은 지난 3월에 발간된 후
6개월 만에 7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가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마도 그 작은 시집엔
'위로의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도요의 시'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위로다.
개개인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대한 위로다.
1911년 '도치기 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
갑자기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이미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이듬해 외아들 '겐이치'를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까지 해가며
힘겹지만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
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99세의 '도요'는 요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몸을 단장하고 집 안 정리를 한다.
그러곤 7시30분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공과금 납부나 장보기, 병원 진료 등
그날의 소소한 일들을 챙긴다.
움직일 땐
바퀴 달린 보조기구에 의지해야 하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다.
'도요'도 다른 노인들처럼
“빨리 죽어야 되는데…”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시를 쓰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그녀는 달라진 마음의 풍경을 이렇게 그렸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 번 실패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桎梏) 같은 인생을 헤쳐 오며
99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히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비록 푸른 혈관이 다 비치는 주름지고
앙상한 손이지만
99세의 그녀가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하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지금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짓눌린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우리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약해지지 마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바람과 햇살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바람이랑 햇살이
몸은 어때?
마당이라도 좀
걷는 게 어때?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힘내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대답하고
영차, 하며
일어섭니다.
너에게1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서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추억2.....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렸던 역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죠
셋이서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물푸레나무의 달콤한 향기
어느 집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거야
행복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아들의 감기가 나아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
손거울 속의 내가
빛나고 있습니다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 하루
너무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길래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끝까지 고집 부리지 말고
편하게 가는 게 좋아
다 같이 웃었던 오후
99세에도 시집을 출간하여 현해탄 건너 우리에게까지 희망과 용기를 주고있는 분이 계십니다.
자! 우리도 새 해에는 뭔가 하나씩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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