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오동명>
ㅡ 산동네 겨울소묘 ㅡ
칼바람 골목을 휘몰아치던 꼬깃꼬깃 산비탈
그 겨울 허연 연탄재 뭉개어 덕지덕지 짓이겨 놓았던
골목 실 계단 따라 판잣집 단칸방 줄지어 빼곡하던 산동네
집집마다 낡은 양철지붕은 겨울 내내 덜렁거렸습니다.
판잣집 구석구석 낮은 굴뚝마다 허연 연기 피어오르고
토끼털 귀마개 쓴 말썽꾸러기 산동네 아이 몇몇
집으로 돌아가질 않고 밤이 어둡도록 까치발로 서서
우물가 집 대문 담벼락 위에 새로 단 요브렌 벨 눌리고
실 계단 골목 속으로 줄행랑치며 사라지던 산 비알 동네
고개 들면 하늘과 마주쳤던 비탈둔덕에
낫 끝 모서리 마냥 날카로운 누런 초승달 떠오르면
막다른 길목 외등 뽀얀 알전구 불 밝혀
하루의 고단한 삶 등허리에 지고
새끼줄 꿰맨 연탄 한 장 달랑 들고 가던
애달픈 삶 그림자 짙게 배기던 골목
산동네 멀리 개 짖는 소리 적막을 뚫고
가난한 쪽창에 별빛 쏟아지던 판잣집 동네 겨울
그 절절한 풍광들이 뭉실 그리움 한 점 되어
내 낡은 기억속의 우물에서 물비늘 일으킵니다.
ㅡ 미루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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