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이야기

영목 다전을 다녀와서 ...

소담이2 2007. 9. 10. 01:02

 

 

1999년 4월 27일에 쓴 글을 찾았습니다.

1992년 하이텔에 가입을 해서 썼으나 잊고 살았는데,

올드 크락이라는 동호회의 계시판에서 찾은 글입니다.

 

 

영목다전의  차 향기 속에서.....

 

 

지리산 골짜기 차밭에 간다는 설레임과 기대 속에서 미리 구례구 역까지 예매를 하고

아침 10시에 기차로 서울을 떠났다.

 

 

산천 초목은 푸르른 잎으로 강산을 물들이고 가끔 만나는 진분홍 복숭아 꽃이 너무도 아름 답다.

역에서 만난 ** 님의 환한 미소와 반가움이 가득하고, 쌍계사 근처를 돌고 돌아 영목다전 으로

오르는 길에 산길은 너무도 가파르다.

 

 

진희라는 덩치가 크고 순한 수문장의 환영속에 들어선 고택에는 정원가득 배꽃이 환하고 차막과
황토 가마니가 이채롭다.

손님들을 맞기 위한 널다란 사랑방에는 차향기 가득한 우전차와 작설차가 그득 노였고 괴목으로

만들어진 다전 주인의 찻상이 별스럽다. 금년에 새로히 따낸 우전으로 손님들에게 따듯한 차 를

대접 받는다.

 

 

애교스런 작은새 둥지와 땡삐의 벌집과 전각,  방안 가득한 모든 살림살이가 독일어를 전공 한 주인의

것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고 옛스런 물건의 정취 가득한 모든 것이 오직 차와 수련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 그대로이다.

황토방도 고향의 힘을 더해 준다.

부산팀이 애써 만든 저녁 만찬을 먹고 차를 볶고 손으로 덕끄는 작업을 했다.

싱그런 향기와 손에 닿는 차잎의 촉감이 무언지 모를 감흥을 느끼게 한다.

4번밀고는 캠프 화이어 의 소나무 연기속에서 키타에 맞추어 노래가 한창이다.

숫불 바베큐로 입안가득 소나무 향을 맛본다.

 

 

새벽5시 민박집에서 문을 나서는데 진도견이 문앞에서 졸린 눈을 끔벅 거리며 서서 비켜주지를 안는다.

 어쩌나 하고 한참 있으려니 슬그머니 다리의 또아리속에 머리를 묻고 안심 하라는 표정이다. 

 다전으로 오르는 산길 냇물소리 계곡을 깨우고 이슬이 함초롬히 내린 나무와 풀들은 신선함이 공기와 함께 심호흡을 하기에 보드라운 느낌이 든다.

 

 

차밭에서 작설만한 찻잎을 따고 산 모롱이를 돌고돌아 산쵸며 달린 매실의 단맛이 들기를 바라고 내려와

 칠불사 극락 보전 앞에 섰다.
법당안에 여학생들이 결혼 예행 연습으로 축가를 부르고 있다.

신부는 어디 있나 궁금하다. 내려 오는길에 하객들이 구름처럼 모여 온다.신랑도 못 보았다.

 

섬진강가의 어느집에서 송어회와 메기 매운탕으로 포만감을 안고 어느님의 애마에 몸을 실고 청주로

청주로 가서 서울 우등고속으로 밤 12시에 도착 했다.

아직도 입안 가득 차맛이 달콤하게 감돈다.

들고온 우전다로 지리산의 차맛을 다시 음미해 보리라.

茶 마을을 형성하고 전통차를 사랑 하는 분들을 기다리는 지리산 차마을들 5월 말이면 끝나는 차따기가 끝나기전에 가보시라 권하고 싶다.

곡성에서 달려와주신 님도 고맙고 반가웠고 영목다전 또 가고싶다.
 

                                             최윤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