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명詩

아름다운 글

소담이2 2006. 11. 7. 06:31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사람에겐 누구나
홀로 있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거리는
외가닥 오솔길을
홀로 걷고 싶기도 할 때가 있고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고 싶은 때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인생은 달리기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가 아니라 앞으로 보다 가치롭게
나아갈 길에 대비한 자기성찰 일 것입니다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나는 느낍니다
마른 가지에서 연분홍빛 꿈이 움트던 지난 봄

그리고 또 여름에는
살진 가을 열매를 맺기 위해
내리쬐는 불볕도 마다 않고
헌신적으로 받아내던 잎새의 수고로움


아아..
그러한 삶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을이면 온갖 초목들은 어김없이
삶의 결실들을 거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는 과연 어떤 수고로움으로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자기의 모든 것을
태워 열매를 맺는 단풍잎처럼

과연 너는 너의 열매를 맺기 위해
땀과 눈물을 쏟았다고
떳떳이 자부할 수 있는가?


그렇게 물어 볼 때마다 나는 비로소
초목들보다 성실치 못했던
내 모습에 낭패해 하며

가을을 맞는 내 삶의 길목에서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이정하





솔바람이 되고 싶은 날이 있지요

무한천공 허공에 홀로 떠서

허공의 빛깔로 비산비야 떠돌다가

협곡의 바위틈에 잠들기도 하고

들국 위의 햇살에 섞이기도 하고

낙랑장송 그늘에서 휘파람을 불다가

시골 학교 운동회날

만국기 흔드는 선들바람이거나

원귀들 호리는 거문고 가락이 되어

시월 향제 들판에 흘렀으면 하지요

장작불이 되고 싶은 날이 있지요

아득한 길목의 실개천이 되었다가

눈부신 슬픔의 강물도 되었다가

저승같은 추위가 온 땅에 넘치는 날

얼음장 밑으로 흘러들어가

어둡고 외로운 당신 가슴에

한 삼백년

꺼지잖을 불꽃으로 피었다가

사랑의 사리로 죽었으면 하지요


고정희 ..'지리산의 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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