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리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침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사랑은 소유할수는 없지만 간직할수는 있습니다
- 이외수 -
온 생애를 바쳐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부지기수지만
온 생애를 바쳐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우주와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아무리 멀리 떠난 사랑이라도
우주와 같은 크기의 마음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당연히 그 안에 간직될
수밖에 없지요.
사랑은 소유할 수는 없지만 간직할 수는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
- 목필균 -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별 한 점 없는 캄캄한 가슴에
빛이 되어주는 사람
비켜 설 수 없는 길에서
편하게 기대고 싶은 사람
얼굴 마주 한 일이 없어도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먼먼 기억의 늪 속에
나를 꺼내어 손잡아 주는 사람
살다보면 문득문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기쁜 눈물지을 때가 있다
빈 꽃병의 말
- 이해인 -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할 수 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를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 밖의
바람소릴 듣고 있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오늘의 나에게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이별로
꽂혀 다오
그리운 등불하나
- 이해인 -
내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대 내게 오실 땐
푸르른 하늘 빛으로 오십시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대 내게 오시기 전
갈색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십시오.
나 오늘도 그대 향한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눈사람 부모님
- 이해인 -
날마다 자식들이 보고 싶어
한숨 쉬는 어머니
그리움을 표현 못 해 헛기침만 하는 아버지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하얀 눈사람으로 서 계시네요
아무 조건 없이 지순한 사랑
때로 자식들에게 상처 입어도
괜찮다 괜찮다오히려 감싸안으며
하늘을 보시네요
우리의 첫사랑인 어머니
마지막 사랑인 아버지
늘 핑계 많고 비겁하고
잘못 많은 우리지만
녹지 않는 사랑의 눈사람으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